[세상萬寫] 액운 다 씻어내고


태국 방콕에서 어린이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을 뿌리고 있다. 태국 달력으로 새해를 맞아 서로에게 물세례를 하는 '송크란 축제'다. 길을 가다 보면 언제 어디서 물벼락을 맞을지 모른다. 서로에게 차가운 물을 뿌리면 액운이 사라진다는 뜻이라서 온 몸이 다 젖어도 누구 하나 화를 내지 않는다.

며칠 전까지 반정부 친정부 시위대가 나라를 시끄럽게 했지만 이날 태국 사람들은 물에 빠져 하나가 된다. 철없는 아이와 점잖은 신사가 물총을 쏘면 한바탕 웃음이 피어오른다. 지난 해 쌓인 아쉬움과 슬픈 기억들이 물과 함께 씻겨 나간다. 태국 사람들은 이렇게 물을 뿌리며 정치적으로 갈라져 싸우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도 적대감 대신 맑고 시원한 한줄기 강물이 흐르길 기원한다.

글=신경훈 영상정보부장/사진=AP연합뉴스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