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신용카드發 '경고등'…씨티·BOA 손실 눈덩이

씨티, 1분기 카드 적자 73억弗…CEO 교체 검토
부실자산 적은 골드만삭스·웰스파고 등과 대조
미국 대형 은행들이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등 신용손실 위험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미 정부의 스트레스 테스트(자본 충실도 테스트) 결과 발표를 앞두고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 자산을 많이 가진 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미래 수익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월가가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 실적이 좋거나 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금융사와 씨티 BOA 등 그렇지 못한 금융사로 차별화되는 양상이다.

BOA는 20일 1분기 28억1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지만 주가는 24% 폭락했다. 메릴린치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장부상 이익 덕분에 예상밖 순익을 냈지만 경기침체 영향으로 대출 부실이 커지는 등 신용위험이 증폭될 가능성이 제기된 탓이다. BOA는 1분기 신용카드 부문에서 17억7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1분기 흑자전환을 발표한 씨티그룹도 신용카드 순대출손실 73억달러를 포함해 대출 관련 손실 규모가 100억달러를 웃돌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씨티의 신용카드 대출 대손상각률(대출 대비 회수불가능 비율)은 2월 말 기준 9.33%에 달했다. 이날 씨티그룹 주가도 19% 급락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씨티그룹이 추가로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할 경우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FT가 전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씨티의 1분기 흑자는 분식회계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미 최대 신용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도 대손상각률이 9%에 육박하면서 실적 전망이 어둡다. 무디스가 발표하는 미 신용카드 대손상각률 지수는 6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하며 지난 2월 8.82%로 치솟았다. 1989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다.

씨티그룹과 BOA는 1분기에 대손충당금도 충분히 쌓지 않았다. 씨티는 3월 말 무수익자산 비율이 1년 전에 비해 128% 증가했는데 충당금 적립금 증가율은 78%에 불과했다. BOA도 같은 기간 무수익자산 비율은 255% 증가한 반면 충당금은 95%만 더 쌓았다. 하트퍼드파이낸셜서비스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투자전략가는 "실업자가 늘수록 신용카드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등 은행들의 추가 손실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 수탁은행인 뉴욕멜론은행은 21일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한 3억7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미 금융시장 불안감을 높였다. 멜론은행은 연기금,펀드 등 자산관리 수요 감소로 수수료 매출이 줄면서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