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모녀 캐나다서 강제추방 당할 위기

캐나다에서 강제추방 당하는 한국인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9년 동안 살아온 한인 여성이 불법체류자로 당국에 적발돼 8살짜리 딸과 함께 강제 추방될 위기에 놓였다.

22일(현지시간) 지역신문인 토론토 스타 보도에 따르면 여성 한인 김모씨는 불법체류자로 적발된 뒤 지난 2월18일부터 토론토 다운타운의 한 유치장에 수감돼 있으며 곧 딸과 함께 23일 한국으로 추방될 예정이다.김씨는 9년 전 남자친구와 함께 방문비자로 캐나다에 입국했으며 이듬해인 2001년 딸이 태어났다. 그러나 딸의 아버지는 곧 한국으로 돌아가 다른 여자와 결혼했으며 혼자 남은 그녀는 딸을 키우며 토론토에서 생활해왔다.

김씨는 아이의 의료보험 혜택을 위해 지난 2004년 난민지위를 신청했으나 최근 기각당해 추방명령을 받았다. 그는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도 괜찮지만 딸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딸은 김씨가 유치장에 수감된 이후 이웃 한인가정에 맡겨져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들 모녀의 딱한 사연이 지역사회에 전해지면서 '추방 연기' 등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이어지고 있지만, 캐나다 정부는 불법체류자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특히 김씨의 딸은 캐나다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999년 연방 대법원은 자메이카 이민자 마비스 베이커와 4자녀에 대한 판결에서 어린이들의 권리는 "본질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으나 9.11 테러공격 이후 이 지위가 약화됐다.

현재 토론토에는 불법체류자가 4만∼8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씨는 "딸과 함께 추방되더라도 딸이 10살이 되면 다시 토론토로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딸이 18세가 되면 어머니를 초청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딸이 너무 어려 토론토에 혼자 남을 수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한편 캐나다 토론토총영사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캐나다에서 강제추방된 한국인은 모두 4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영사관 관계자는 "연방국경서비스국(CBSA)의 단속활동이 강화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입국 거부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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