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 "짙은 화장 속에 카리스마 숨겼죠"

영화 '인사동 스캔들' 주연 엄정화
'톱스타' 엄정화(40)의 얼굴 화장이 요즘 전례없이 진해졌다. 히트작 '싱글즈''결혼은,미친 짓이다' 등에서 옅은 화장으로 생기 발랄하고 귀여운 면모를 각인시켜온 행보와 사뭇 다르다. 신작 범죄영화 '인사동 스캔들'(30일 개봉)에서 생애 첫 악역을 맡아 그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짙은 화장을 한 것.그녀가 맡은 '화랑가의 큰 손' 배태진은 국보급 미술품을 밀반출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팜파탈'(악녀)이다. 2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엄정화를 만났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배태진은 공개 석상에서 감정을 절제하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화장과 패션을 통해 영화적 볼거리를 줄 필요가 있었어요. 수많은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는 인물인 만큼 섹시함이나 여성성보다 상대가 쉽게 접근하기 어렵도록 카리스마를 부각시켰어요. "극중 그녀는 늘 눈 주위를 어둡게 표현한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등장한다. 얼굴은 두꺼운 파우더와 새빨간 루즈로 뚜렷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의상은 묘한 느낌을 연출한다.

"가슴팍이 깊게 팬 드레스를 의도적으로 입었어요. 상대방이 직시하지 못하고 곁눈질 하도록 이끄는 디자인이죠.평범한 여성들이 길거리에 입고 다니기 어려운 호피무늬 드레스와 모피 코트 등도 선택했고요. 귀고리나 팔찌 반지 등 액세서리들은 작고 아기자기한 게 아니라 큼지막한 것들로 카리스마를 표현했고요. 이런 분장을 하는 데만 매일 2시간씩 걸렸어요. 단발머리에 웨이브를 준 가발을 쓴 채 밤샘 촬영을 할 땐 가발이 꼭 죄는 바람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습니다. "

그녀는 이 영화를 위해 10여 벌의 의상을 새로 맞췄다고 한다. 색상은 미술계를 주무르는 커리어우먼답게 블랙과 화이트가 주류다. "냉철하고 자신감 넘치는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차가운 눈빛과 남성적인 딱딱한 말투를 유지하는 데도 신경썼어요. 강한 성격을 드러내는 대목에선 남자의 따귀를 때리기도 해요. 이 신을 찍을 때는 내심 재미있었어요. 호호…."

영화에는 또다른 볼거리가 풍성하다. 김래원이 해내는 고미술품 복원,도난 장물을 거래하는 사설 경매장,진품에 위작을 끼워 전시 · 판매하는 '위작 세탁',미대 교수들의 은밀한 수상 로비,작품 딜러와 화가의 부적절한 커넥션 등 화랑가의 어두운 그늘을 엿볼 수 있다. 엄정화는 머지 않아 개봉되는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와 재난 영화 '해운대' 등에도 러브콜을 받아 촬영을 마친 상태.차기작으로는 6월부터 방영되는 KBS2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의 주연으로 낙점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