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흥망의 '다윈코드'] 기획팀의 편지‥세상의 모든 일들은 한번으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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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누가 방아쇠를 당기나두어달 전쯤,이번 시리즈를 기획하기 위해 첫 회의를 열었을 때의 일입니다.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작금의 경제위기,복잡하기 짝이 없는 사회 현상들과 기업 흥망의 세계를 접목시키자는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미래는 감히 예측할 수가 없다고 하지요
그러나 변화를 꿈꾸는 의지만은 버리지 마십시오
하지만 대부분 인문계 출신인 기자들로서는 다윈이 전개해 나간 생물학의 틀과 복잡계 경영의 베이스인 물리학의 기초 이론들을 선뜻 수긍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당장 시작한 일이 주제에 맞는 서적을 구입하는 일이었습니다. 한 사람당 서너권의 책들이 할당됐고 팀원들 간에 서평 내지는 브리핑을 하는 형태로 공감대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명저 두 권과 복잡계 경제학 대가들의 저서들도 포함됐습니다. 이런 과정과 별도로 시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기업 흥망의 역사를 취재하면서 시리즈의 기본 틀을 세워나가는 작업들이 이어졌습니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들에 생존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자는 거창한 기획 의도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저희 기획팀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고작 12회로 연재를 마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고요. 한 가지 위안이라면 시리즈 자체도 회를 거듭할수록 계속 진화해갔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모호하고 흐릿하던 관점들이 말과 글로 구체화되는 과정을 통해 나름의 제언과 확신으로 나아갔다는 얘기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한 번으로 사라집니다. 법칙이라고 부를 만한 비슷한 현상들도 곰곰이 들여다보면 완벽하게 되풀이되지 않습니다. 이런 세상에선 미래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미래를 발명해야 한다고 하고,또 다른 이는 창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것이 찰스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론과 차별화되는 점이지요. 현대 문명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합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스스로 변화를 도모하는 희망과 의지,꿈을 갖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바람 심하게 부는 계절에 기업인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특별취재팀=조일훈 김용준 송형석 김현예(이상 산업부)
유창재(경제부) 이상은(사회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