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文·史·哲에 경영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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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문학|고승철 지음|책만드는집|433쪽|1만5000원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줄달음쳤나. 당장 '먹고 사는' 단계를 넘어 어떻게 하는 게 '제대로 사는' 것인가. 숱한 고생 끝에 자수성가하고,아파트 평수를 넓히고,업계의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불콰하게 취기가 오르면 불현듯 '왜 사냐' 싶은 고독감….
이렇듯 삶과 죽음의 뿌리,인간다운 삶의 총량을 입체적으로 버무리는 게 인문학 아닌가. 더구나 '인문학적 경영'이 새로운 화두로 급부상하면서 문(文) · 사(史) · 철(哲)의 향취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과정(AFP)이 생기고 거기에 내로라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몰려든다. 1기 수료생들의 '감동'과 '환호'에 이어 입학 경쟁률은 더 치열해졌다. 《CEO 인문학》은 AFP 2기에 입학해 석학들의 명강의를 듣고 인접 학문까지 섭렵하면서 CEO들의 현장 교감을 함께 엮어낸 '21세기 인문경영' 지침서다. 경제통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이태진 주경철 오세영 조동성 교수 등의 인문학 향연에 문 · 사 · 철의 묘미를 체득하려는 CEO들의 숨결까지 생생하게 담아냈다.
입학식날 이태진 인문대학장의 "인문학을 체험한 1기 경영인들이 히딩크 감독의 '생각하는 플레이어'처럼 변모했다"는 얘기부터 오리엔테이션 첫 화면에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가 펼쳐지던 순간,"21세기에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못지않게 라이브웨어가 중요하다"는 이어령 교수의 특강 내용 등이 최고의 '명품 강좌'를 확인시켜준다.
수강생들의 입학 동기도 "인문학으로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김낙회 제일기획 대표),"경영학 전공인데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인문학은 삶의 궁극적인 목표"(김영곤 북21 대표) 등 다양하고 의미심장하다. 매주 화요일 저녁에 두 개 강좌씩 진행된 서른한 개 특강의 요지와 이에 관련된 저자의 인문학적 편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