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포트폴리오 다시 짜라] 국내 주식형 '계란' 몇개 덜고 신흥국 '계란'은 좀 더 넣을때
입력
수정
수급만으로는 상승에 한계
증시 속도조절 가능성…성장형보다 가치형 비중 확대
글로벌 증시가 단기 상승 국면을 이어가자 펀드 수익률도 급격히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1000선 아래로 내려간 지난달 2일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7%를 넘어섰고,해외 주식형 펀드도 9%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반토막난 펀드를 들고 고생을 했던 투자자들도 더 들고 가야 하는지,손실이 있더라도 일부 환매를 하며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지 등 향후 펀드 포트폴리오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펀드 전문가들은 증시 반등장을 이용해 지수 1000선 아래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일부 환매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비중을 소폭 줄이되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적립식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납입을 중단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이어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펀드들은 올해 말에 비과세 혜택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 전체 비중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되 선진국 비중을 낮추고 증시 상승 기대감이 큰 중국 등 신흥시장의 비중을 늘리라고 권했다.
삼성 대우 굿모닝신한 동양종금 한국투자증권 등 자산배분팀이 있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대체적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소폭 줄일 것을 권하고 있다. 펀드 수익률과 직결되는 국내 증시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한 데 따른 것이다.
최홍 ING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증시가 유동성 덕분에 급격히 올랐지만 기업 실적 등 증시의 기초체력이 나아졌다는 신호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며 "수급만으로 올라가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과 삼성증권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각각 42%,35%에서 40%,33%로 2%포인트 낮출 것을 권고했다. 한국투자증권도 55%로 책정한 국내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그대로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등에 따른 증시 조정 가능성이 있어 지수 1000선 아래에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일부 환매하며 비중을 줄이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국내 주식형 펀드 비중을 낮추라고 권고한 삼성증권은 성장형과 가치형의 비중을 기존 5 대 5에서 4 대 6으로 가치형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파트 연구원은 "성장주들이 가치주보다 상승폭이 커지며 고평가 경향이 있다"며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면 주가 방어력이 큰 가치주들의 상대적 수익률이 양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동양종금증권과 대우증권은 국내 주식형 펀드 비중을 오히려 확대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동양종금증권은 국내 주식형 펀드 비중을 종전 32%에서 향후 41%로 늘리라고 밝혔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수출 감소폭이 둔화되고 기업들의 재고가 크게 줄어들면서 경기가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며 '비중 확대'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기존 8%에서 18%로 전체 자산 대비 비중을 확대한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하고는 다른 증권사들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라는 쪽이 우세했다.
특히 해외 펀드 가운데서도 선진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비중을 줄이고,중국 등 신흥 증시를 편입하는 펀드 비중을 늘리라는 권고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러시아 펀드에 대해 투자를 재개할 시기가 됐다는 분석도 최근 들어 잇따라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우증권은 "해외 펀드는 중국 상하이 A시장이나 홍콩 H시장,그리고 바닥을 찍고 올라오기 시작한 러시아 증시 비중이 높은 펀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경기 회복기에는 유가와 에너지 관련 주식이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증시 비중이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가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삼성증권은 전체 자산에서 해외 펀드의 비중을 31%에서 29%로 낮췄지만 신흥시장 펀드의 비중은 17%에서 19%로 올렸고,굿모닝신한증권도 선진시장 펀드 비중은 15%에서 13%로 내리는 대신에 신흥시장 펀드의 비중은 20%로 종전보다 2%포인트 높였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