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국 IT제품 '소스코드 공개' 내달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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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생산ㆍ판매 비상…통상분쟁 가능성중국 정부가 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에 제품 핵심 기술 정보를 강제로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를 예정대로 다음 달부터 강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이에 따라 국제 분쟁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 정부가 중국에서 생산 · 판매하는 디지털 가전 등 IT 제품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설계도인 '소스 코드'의 공개를 외국 제조업체에 강제하는 제도를 시행키로 함에 따라 기술 유출을 우려한 해당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 기업이 이를 거부할 경우 해당 제품의 중국 내 생산 · 판매가 불가능해진다. 또 해외서 생산한 해당 제품의 중국 수출도 금지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이 이날 각의가 끝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가 기술정보 강제 공개제를 5월에 공표할 방침임을 전해왔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제도는 선진국에는 없는 이례적인 제도로 비접촉 IC(집적회로)카드와 디지털 복사기,금융사의 자동입출금기(ATM) 등 폭넓은 제품이 공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기업은 지식재산권 유출을 우려해 이 제도 도입을 강력 반대해왔다. 일본 정부는 이달 말 열리는 중 · 일 정상회담에서 이 제도의 문제점을 거론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의 한 관계자도 "지난해 미국 EU 일본이 우려를 전달했고,우리 정부도 양국 통상채널 간 협의에서 공식적으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중국법인 관계자는 "어떤 제품이 대상이고 어디까지 소스를 오픈해야 하는지 몰라 난감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ATM을 수출하는 LG엔시스 관계자는 "응용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정도는 공개할 수 있지만 운영체제(OS)에 해당하는 커널 소스는 절대 오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 제도 도입 명분으로 소프트웨어의 결함을 노린 컴퓨터 바이러스 침입 방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소스 코드'는 컴퓨터용 언어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의 설계도로 기업의 중요한 지식재산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류시훈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