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주가연계상품' 백조로] 울상 짓던 'ELS' 다시 웃다

삼성증권 ELS, 3개월만에 42% 고수익
원금보장 등 안전성 강화한 신상품 인기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 1월 투자한 삼성증권 주가연계증권(ELS)을 최근 조기 상환받으면서 대박을 냈다. 3개월 만에 ELS 수익률이 42%(연환산 168%)에 달해 스스로 눈을 의심했다. 주가가 크게 반등하면서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가 설정일보다 각각 15% 이상 오른 덕분이었다.

최근 국내 증시 강세에 힘입어 ELS가 속속 고수익으로 조기 상환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원금 손실 피해가 속출해 외면받았던 ELS에 다시 투자자들이 몰리는 분위기다. 지난해와는 달리 원금 보호 장치를 강화한 다양한 구조의 ELS가 새롭게 나오고 있어 선택폭도 넓어졌다는 평가다. 증시 전망에 보수적인 투자자들도 원금 보장이나 원금 부분 보장 등 안전성을 높인 ELS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고수익 ELS 조기 상환 속출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4월 들어 ELS 조기 상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이달 조기 상환 요건을 충족해 수익이 확정된 ELS가 총 11건(87억원)에 달한다. 3개월 만에 42%의 수익을 낸 ELS 2254회를 비롯해 LG전자와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삼성증권 ELS 2239회도 설정 4개월 만에 연 32%의 수익으로 16일 조기 상환됐다. 또 원금보장형인 삼성증권 ELS 2233회는 연 10.02%의 수익으로 지난 3일 조기 상환됐다.

대우증권도 이달 총 9건의 ELS를 조기 상환했다. SK와 삼성중공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2263회가 23일 연 21%의 수익으로 조기 상환된 데 이어 24일에는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2838회가 설정 4개월 만에 연 16%의 수익을 냈다. 우리투자증권의 ELS 2242호도 지난 22일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GS의 주가가 조기 상환 요건을 충족해 투자자들에게 설정 6개월 만에 12.9%(연환산 25.8%)의 수익을 지급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삼성전자-SK텔레콤,삼성전자-GS 등 우량주 조합이 조기 상환 사례가 많다"며 "지난해 10월 주가 폭락기에도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하지 않다가 지난달 조기 상환된 ELS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LS 투자가 이 같은 성과를 거두면서 투자자들도 ELS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ELS가 금융위기에 따라 원금 손실이 곳곳에서 발생,'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으면서 작년 6월 3조6000억원을 넘어섰던 ELS 발행액은 11월에는 95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12월부터 매월 증가세를 보이며 올해 3월에는 5876억원까지 회복하며 발행 규모가 4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파생상품담당 연구원은 "갈수록 공모 비중이 늘고 있고 원금 비보장 상품 비중도 커지고 있다"며 "증시 강세 속에 ELS가 다시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성 강화 ELS 인기

ELS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최근 확연하게 증시가 회복하고 있는 덕도 있지만 과거보다 ELS 상품구조가 안정적으로 진화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이 2월 선보인 '슈퍼 스텝다운' ELS는 안전성을 대폭 강화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일정기간 주가가 장중 가격을 포함해 일정 수준 이하까지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했던 과거 ELS와 달리 조기 상환일 시점의 주가만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을 따지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높였다. 투자기간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녹 인 배리어' 구간을 없앤 것이다. 현재까지 이 상품은 21종이 출시돼 1435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았다.

굿모닝신한증권이 출시한 베스트 스텝다운형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스텝다운형 ELS는 기초자산 중 수익률이 낮은 상품으로 수익이 결정되는 '워스트 스텝다운형'인 데 반해 이 상품은 손실 구간 만기 상환 조건이 두 종목 중 주가가 높은 기초자산으로 수익률을 결정한다. 이로 인해 경우에 따라서는 원금 손실 구간에서도 플러스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트랜스포머형 ELS는 주가가 급락할 때 지수 추종형 수익구조로 바꾸도록 해 추가적인 하락 국면이 나타나도 원금 80%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안전성을 높였다.

원금 대비 수익률 5%를 기본적으로 보장하고 최대 20%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ELS도 등장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만기 1년에 기초자산인 코스피200 상승률에 따라 최소 연 5%,최대 연 20%의 수익을 지급하는 ELS 청약을 24~28일 받는다. 일종의 '미끼' 상품이다.

이중호 연구원은 "시장 급락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기존 스텝다운형 구조가 원금 보호 장치를 강화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주가가 크게 오른 수준이어서 원금보장형이나 부분보장형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실제 동양종금증권에서 판매하는 ELS의 30~40%는 원금보장형이나 부분보장형 상품이다.


● ELS란…주식 등 기초자산 변동따라, 수익률 결정되는 파생상품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이나 주가지수 등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나는 파생상품이다. 주식은 2개의 대형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원금 비보장형'(원금보장 추구형)은 대개 연 10%대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하며,'원금보장형'은 자산의 대부분을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고 일부만 파생상품으로 운용해 추가 수익을 노린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