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청년인턴

안택수
봄이 왔지만 우리 고용시장에는 아직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와 경기 침체의 영향이다. 일부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한 젊은이들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수의 젊은이들이 정부가 청년실업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청년인턴제도'에 따라 공공기관이나 금융회사의 인턴으로 첫 직장을 선택하는 상황이다.

우리 기금에서도 중소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늘고 업무가 폭주함에 따라 인턴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금으로서는 새로 들어온 인턴직원들이 각종 서류를 챙겨주고,손이 많이 가는 업무를 담당해 주니 적체된 일을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년을 채 넘지 못하는 기한부 일자리지만 아침 일찍 출근해서 업무를 처리하느라 동분서주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으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장래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기대하며 어렵게 4년의 대학생활을 마친 젊은이들로서는 지금의 상황에 아쉬운 점이 많을 것이다. 부푼 가슴과 희망을 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 시기에 입사원서 제출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경기 침체라는 긴 터널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과정에 있고,그 터널의 끝자락에 이르기까지는 경제주체 모두가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인턴제도도 심각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단시일 내에 부족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인턴이라는 직무가 비록 안정적이고 항구적인 일자리는 아니지만 개개인이 이 시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각자의 소중한 경험과 자산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앞두고 사회가 어떤 곳인가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앞날의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든든한 발판 역할도 될 수 있다.

지금의 인턴제도가 아쉬움이 있고 일부 보완해야 할 점도 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된 인턴제도를 만들고 우리 사회에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그동안의 채용 방식이 짧은 시간 면접을 통해 신입직원을 선발하느라 업무 능력이나 인성 등 정작 중요한 것보다는 학력과 학점 같은 외형적인 것에 치중하는 불합리함이 없지 않았다. 청년인턴제도의 도입이 우리 고용시장의 채용 방식을 선진화하고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막 학교 문을 나선 많은 젊은이들에게 지금은 정말 힘든 시간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위치에 좌절하지 않고 맡은 일에 충실하면서 성공에 대한 믿음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어려운 시기에 처음으로 사회를 경험하는 모든 젊은이들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