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금융, 직접 대출↓ 제작 금융↑

금융위기로 선주 신용하락 탓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주들의 신용도가 하락하면서 이들에 대한 직접대출은 급감한 반면 조선사에 선박 건조 비용을 대주는 제작금융은 크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 선박금융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선주에 대한 직접대출이 15억9000만달러에 달했지만 10월 이후 뚝 끊겼다. 올해 들어서도 직접대출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세계 선박금융 시장을 이끌어왔던 유럽계 상업은행들이 선주에 대한 직접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여파가 국내에도 미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조선사를 차주로 선박 제조에 들어가는 자금을 지원하는 제작금융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작년 9월까지 2721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4분기 3221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조796억원으로 급증했다. 신규 수주 부진에 따른 선수금 유입 중단과 중도금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의 지원 요청에 따라 수출입은행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3대 조선사에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모두 7300억원 규모의 제작금융을 제공했다.

STX조선해양도 올해 1000억원가량의 제작금융을 빌려 썼고 한진중공업 성동조선 SPP조선 등은 1000억원 안팎의 제작금융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제작금융은 1990년대 말까지 활발히 이뤄지다가 2000년대 들어 선주에 대한 직접대출로 바뀌면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들은 그동안 제작금융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규모에 상관 없이 거의 모든 조선사들이 제작금융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총 1조6200억원을 제작금융에 지원할 계획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