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 광명성 2호가 남긴 숙제
입력
수정
정석화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은 20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연기자였다. 그의 역사적인 브란덴부르크 연설은 아직도 미국인들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고등학교 학생들이 즐겨 암송하는 구절이다.
北경제파탄속 미사일 개발에 목매
한반도주변 군비축소 외교 나서야
"존경하는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더불어 동 · 서독을 가로지르는 벽을 허물어 뜨리는 이 위대한 역사적인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을 미국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것이 1987년의 일이다. 반세기 동안의 냉전시절에는 피비린내 나는 한국전쟁의 비극이 있었고,케네디 대통령의 3차 대전도 불사하겠다는 단호한 조치로 소련의 쿠바 진입을 해군력으로 막아버린 결단도 있었다. 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을 태운 인공위성이 있었는가 하면,인간이 달표면에 착륙해 껑충껑충 뛰듯이 걷던 때가 모두 이 냉전시대의 일이다.
소련은 이미 그즈음 군비 증강에 온 국력을 소모해 버리고 경제가 파탄돼 붕괴직전의 단계에 있었다. 과학자들을 독려해 개발한 외계 항공기술을 응용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었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방어시스템 구축에 국력을 소모했다. 소련이 제작한 SS-20 등 원자탄을 적재한 미사일에 대비한 전략방어체제(SDI)를 레이건 행정부에서 설립했다.
그 후 얼마 안돼 소련은 붕괴됐고 미국의 방어시스템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조직이 바뀌어 구조조정되면서 오늘날까지 미국 방어의 주력이 돼왔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보유하고 있던 미사일 SS-S-6/SS-NX-13 기술을 북한에 전수해 준 것도 이때쯤이다. 그것이 '노동B'로 자체 개발됐고 대포동 2A,2B 등 탄도 미사일의 로켓엔진으로 사용돼 왔다. 몇주 전 북한이 광명성2호 위성을 대포동2C/3 미사일에 적재해 쏘아 올렸고 그 성공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대포동2C/3은 그 전의 대포동2A나 대포동2B와는 전혀 다른 장거리 미사일로 사거리가 1만㎞를 넘는다는 자료도 있다. 대포동2C/3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에서 이미 폐기한 대포동 2A,2B를 가지고 이란이 위성발사에 성공했다면 그 해답은 간단하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20여년 전에 방어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해 놓고 스파이 인공위성과 이지스함이 계속 관찰하고 있다. 또 이와 같은 군비 불균형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은 서둘러 이지스함을 도입,개량해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기술,정보와 정치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책임있는 기관에서는 섣불리 광명성2호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를 자제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북한과 가장 가까운 한국,일본,중국,러시아에 있다. 또 이 정도의 미사일 기술이라면 핵탄두는 문제될 것이 없을 것 같다. 20년 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에 간곡히 요청하던 군비축소의 외교가 절실히 요망되는 시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위기로 드나들던 청와대 지하벙커가 또 다시 미사일 위기로 재활용되는 것을 원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가장 위험한 사태가 고차원의 자살테러행위이다. 이것은 쉽게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자체의 방어기술 설립과 체제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 캐서린 헵번이 생전에 좋아하던 말 "연극속에 인생이 있고 인생이 하나의 연극"이라면 레이건은 위대한 역사 연극의 주인공으로서 망해가는 소련에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호소한 위대한 연기자였다. 그는 "군비축소만은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자주 언급했었다.
남북이 통일돼 우리 민족의 행복과 번영을 이룩하는 제2의 브란덴부르크 연설을 우리 대통령이 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