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생활 생방송했더니 매출 2배 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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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오쇼핑 첫 부부 쇼호스트 김보천ㆍ이숙종씨"이런~,옷장과 신발장이 가득 찼네."(아내) "여보,이제 더 넣을 공간도 없는데 그만 좀 사요. "(남편)
쇼핑광 아내에게 남편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TV 방송 장면이다. 하지만 TV 드라마가 아니라 홈쇼핑의 판매방송이고,더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출연한 이들이 실제 '부부 쇼호스트'란 점이다. CJ오쇼핑(옛 CJ홈쇼핑)이 지난 22일 처음 방송한 '우리 진짜 결혼했어요' 프로그램.진행자인 김보천 이숙종 쇼호스트는 지난해 11월 결혼한 34살 동갑내기 신혼부부이자 CJ오쇼핑의 유일한 부부 쇼호스트이다. 9년차 쇼호스트인 남편 김씨는 지난해 1월 입사한 후배 이씨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놓치면 안 되겠다 싶어 먼저 방송팁을 알려주기도 하고,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면서 천천히 다가갔죠.넉 달 공들인 끝에 작년 5월부터 사귀는 데 성공했습니다. "
이후 둘은 방송이 없는 날 몰래 데이트를 즐겼다. 6개월 연애 뒤 지난해 11월 '한이불을 덮겠다'며 결혼을 발표했다. 이씨는 "사내 반응이 의외로 긍정적이었다"며 "다들 같은 일을 하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줘 '괜히 걱정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매주 수요일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이 부부의 신혼생활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80분 방송 중 30%는 실제 이들의 서울 문래동 신혼집에서 촬영한 것이다. 이씨는 "처음에는 집을 공개하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이왕 할 거면 어색한 설정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고 했다"면서 "덕분에 청소를 좀 더 자주 하게 됐다"며 웃었다. 함께 방송하면서 무엇보다 생활패턴이 같아진 게 좋다고 한다. "저는 자동차,레포츠용품을 담당하고 아내는 이미용,침구,패션잡화 담당이어서 방송시간이 다릅니다. 제가 밤 11시 방송을 끝내고 들어오면 아내가 오전 6시에 출근했죠.상황이 이러니 '우리 진짜 결혼했어요' 출연 제안을 받자마자 이거구나 싶어 하자고 했어요. "(웃음)
부부의 일상은 곧 방송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식품 방송 컨셉트 회의를 할 때 결혼 후 둘이 야식을 자주 먹다 보니 뱃살이 늘었고,서로 뱃살을 놀리다가 싸웠다는 얘기를 했더니 PD가 바로 방송에 반영하자고 하는 식이다.
'우리 진짜 결혼했어요'는 첫 방송 시청률이 같은 시간대 평균의 2.5배에 달했고 판매 상품인 옷걸이,아이디어 신발정리대는 30분 만에 1100개가 팔려나갔다. 김씨는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법한 상황을 보여준 게 주효했다"며 "엉망이던 수납공간을 말끔히 정리하는 모습을 담아낸 것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