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합과기, 상장 5개월만에 퇴출 우려

작년 실적 '감사의견 거절' 가능성… 거래소, 거래정지·조회공시 요구
퇴출 확정땐 투자자 줄소송 배제못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인 연합과기공고유한공사가 상장된지 약 5개월 만에 퇴출될 위기에 처해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 지난해 1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 회사의 2008년 경영 실적에 대해 회계법인이 상장폐지 사유가 되는 '감사의견 거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이 확정될 경우 일반투자자들이 회사와 주관 증권사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에 나서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증권업계의 진단이다.

또 이번 일로 중국 기업의 회계 투명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장 심사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짙어 한국거래소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중국 기업 상장 유치에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 한국거래소는 29일 '감사의견 비적정설'이 나도는 연합과기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하고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조회공시 답변 시한은 외국 기업의 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인 30일 오후 6시까지다.

거래소 관계자는 "연합과기의 지난해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회계법인의 의견거절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조회공시를 요구하고 매매를 중지시켰다"고 설명했다.

연합과기는 2007년 2월 홍콩에 설립된 지주회사로 합성피혁 및 방직 사업을 하는 오창 화원 리헝 등 중국 자회사 3곳을 거느리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연합과기의 중국 자회사 1곳의 감사 자료 제출이 미흡해 범위제한에 따른 의견거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감사인인 안진딜로이트회계법인 관계자는 "연합과기를 중국 현지에서 감사한 딜로이트상하이가 의견거절을 내려는 분위기는 맞지만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되진 않았다"며 "딜로이트상하이와 의견을 조율해 30일까지 감사의견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과기가 상장 5개월 만에 퇴출될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투자자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공모가 2200원에 기업을 공개했던 연합과기는 이달 중순 상한가 행진을 벌여 지난 15일엔 408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주가는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2335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연합과기 공시 대리인은 "투자자들의 항의 및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중국 본사의 대응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상장된 지 얼마되지 않아 퇴출되는 회사는 공모 당시에 발행한 투자설명서 등의 부실기재 가능성이 높아 회사와 기업공개(IPO) 주관증권사, 회계법인 등이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과기를 포함,중국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을 적극 유치해왔던 거래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는 연합과기에 대한 대책 회의를 여는 등 사태 파악에 나서는 한편 중국 기업의 상장 심사 제도 손질도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 유치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중국 기업의 IPO 심사 절차와 기준 등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