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명당에 얽힌 흥망성회 비밀

대한민국 명당 이규원 지음|글로세움|600쪽|2만7000원
'당신은 지금 명당에 살고 있습니까.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정식 취임을 앞둔 2006년 12월.뉴욕타임스는 그가 태어난 곳의 터와 풍수를 연관지어 르포기사를 연재했다.

'지난 3세기 동안 이곳에서는 위대한 인물이 나올 것을 알고 있었고 마침내 위대한 인물이 나왔다'면서 '마을 지세가 많은 대통령을 배출한 미국 매사추세츠,오하이오주와 비슷하다' '천기가 마을로 집중되는 완벽한 형상'이라는 풍수전문가의 견해까지 함께 실었다.미국의 대표 언론이 위대한 한국인을 소개하면서 한국 전통풍수사상을 보도한 것.클린턴 전 대통령이 르윈스키와 섹스 스캔들로 곤욕을 치를 때 중국 풍수대가의 권고로 집무실 배치를 바꿨다는 보도도 화제가 됐다.

풍수가 어느덧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본래 대한민국 풍수는 내 자식,나 자신의 출세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이용하던 비술이 아니다. 명당 혈처를 찾아 조상을 잘 모시고 바르게 살아야 명당의 기운을 받는다는 효사상이 바탕이다. '명당인 줄 알고 써도 아닌 법이고,모르고 써도 명당이라 했으며,들판의 빈집도 주인이 있다'는 말도 있듯이.

'사랑방 풍수 1년보다 1년 산 공부한 풍수가 낫다'는 저자는 풍수입문 40년째.기자 출신인 그가 대가 50여명과 4년간의 답산을 마친 후 풀어내는 명당의 흥망성쇠 비밀엔 현장감이 묻어난다. 한 시골 초등학교에서 누대의 부자를 배출한 사연,여섯 왕비를 낳은 청주 한씨의 비밀,황희 정승이 청백리로 살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까지….명당의 비화를 통해 역사 속 인물들의 궤적을 찾아가는 것도 흥미롭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