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시아 공동기금'서 발언권 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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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ㆍ日 분담액 똑같아…한국이 '캐스팅 보트'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진해온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의 기금 분담 비율이 확정됐다. 주도권을 다퉈온 중국과 일본이 각각 32%의 비율로 출자하고 한국이 16%를 내게 돼 의사결정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다. 한국의 입김이 커진 셈이다.
아시아 금융위기 예방 위한 '공동 안전망' 마련
CMI는 2000년 5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아세안(ASEAN)+3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한 역내 금융위기 예방 시스템이다. 상호 자금 지원 규모도 395억달러에서 작년 말 800억달러까지 확충했다가 지난 2월 1200억달러까지 늘렸다. 그동안 한 · 중 · 일 3국의 분담 금액이 쟁점이었다. 중국과 일본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주도권을 쥐려 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DB(아시아개발은행) 총회에 참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국이 협력의 중요성을 감안해 분담 금액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분담 금액은 중국과 일본이 각각 384억달러,한국은 192억달러다. 분담 금액은 한 · 중 · 일 간 국내총생산(GDP) 외환보유액 수출입액 비중 등을 반영해 결정됐다. 나머지는 240억달러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브루나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 아세안 10개국이 분담한다. 분담금 대비 인출배수는 중국과 일본이 각각 0.5,한국 1.0,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필리핀 등 아세안 '빅 5' 국가는 2.5,나머지 아세안 5개국은 5.0으로 차등화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위기시 분담액과 같은 192억달러까지 인출 가능하다. 이번 CMI 다자화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법률 작업은 연말까지 마무리 된다.
재무장관들은 CMI 다자화의 성공을 위해 가급적 조기에 독립적인 역내 경제감시기구를 설립하기로 했다. 역내 감시기구가 구체화될 경우 아시아판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CMI 기금 1200억달러 가운데 IMF의 승인 없이 역내 의사결정으로 쓸 수 있는 규모는 전체의 20%인 240억달러 수준이다. '아세안+3'은 이 때문에 점차 IMF 연계 비중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한 · 중 · 일 3국과 아세안은 5억달러 규모의 역내 채권 신용보증투자기구(CGIM)도 설립하기로 했다. CGIM은 2003년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시장에서 아시아 국가들을 보호하고 역내 금융 협력을 활성화시키려는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 방안(ABMI)을 현실화하는 시작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낮은 아시아 채권의 신용도를 회복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아세안+3 재무장관 회의에서 금융위기에 빠진 국가에 총 6조엔 규모의 엔화자금을 공급한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한 상황에서 신종 인프루엔자가 확산할 경우 아시아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 일본 정부가 독자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재무장관 회의에서 경제위기 극복과 신종 플루 대응 및 보호무역주의 저지를 위한 아시아 국가들의 협력 강화를 성명에 담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아세안(ASEAN)+3(한 · 중 · 일)의 역내 자금지원 체계로 2000년 5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가 돼 CMI로 이름이 붙여졌다. 당초 외환위기가 발생한 국가가 특정 국가와 통화 스와프(교환) 체결을 요청하는 양자 간 방식이었지만 이번 합의로 다자 간 지원 체제가 확고해졌다. 이에 따라 역내 국가들은 위기 발생 때 단 한번의 요청으로 수일 내에 필요 금액을 여러 회원국들로부터 동시에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이를 발판으로 역내 경제감시기능 강화를 위한 아시아판 국제통화기금(IMF)인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