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아침] 7일 미국에서 무슨 일 있길래…

미 정부,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

미국의 19개 대형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 결과 발표날짜가 현지시간으로 7일로 미뤄졌습니다.무슨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요.미국 정부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키로 한 시점은 4일이었습니다.하지만 사흘 늦춘 7일 미국 주식시장이 마감한 뒤 공개키로 했습니다.6일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으나 하루가 더 미뤄졌습니다.은행별로 이미 통보된 테스트 결과 잠정치를 놓고 은행과 정부가 벌이는 협의 작업이 간단치 않다는 얘기인데요.잠정 결과치에 불만인 은행들은 점수를 높이기 위해 대정부 로비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씨티그룹은 5일 최종치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미 정부와 은행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것은 발표내용에 신뢰성을 높이고 시장에 주는 충격을 줄여보자는 의도로 풀이됩니다.시장 일부에서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 자체가 난폭한 호랑이를 풀어놓는 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정부가 진작부터 테스트 결과는 현재의 예금지급 불능 여부를 의미하는 게 아니며,부실은행을 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에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BOA,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JP모건체이스그렇지만 벌써부터 자본확충이 필요한 은행들이 거론되면서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대표적으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이 지목됩니다.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는 별도의 자본확충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BOA는 정부가 그동안 지원한 구제금융 450억달러 전액이나 이 가운데 250억달러를 우선주에서 보통주로 전환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씨티그룹의 자본확충 규모는 150억달러 이상이거나 100억달러 정도라는 관측입니다.씨티그룹은 이를 위해 525억달러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고 자산 일부를 매각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씨티는 지난주말 일본 법인의 증권거래 부문과 투자은행 부문을 59억달러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 은행의 보통주 전환으로 정부가 주요 주주나 지배주주가 될 경우도 관심인데요.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취임 100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일상적인 은행의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그는 하지만 국민혈세가 투입됐기 때문에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 등에 대한 제한은 가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월가 은행들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적절한 규제와 감독이 최선이라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지론입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