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경기회복 신호에 은행주 이틀새 집중매수

KB금융·신한·우리금융 등 3천억 사들여

외국인들이 국내 경제지표 개선에 따라 은행주를 연일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30일과 4일 이틀 동안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3대 은행 지주사를 3000억원 가까이 매입했다.

이는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기대와 미국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진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내 증시가 반등하는 과정에서 은행주가 상대적으로 덜 올라 가격 매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KB금융지주 상한가

4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은행주를 중심으로 4000억원 넘게 순매수한 데 따라 28.56포인트(2.09%) 오른 1397.92로 마감,1400선에 바짝 다가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시화되기 전인 지난해 10월2일(1419.65)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은행 지주사들이 급등하며 코스피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KB금융이 상한가로 치솟았고 우리금융(10.38%)과 신한지주(7.26%)도 동반 급등했다. 지주사가 포함된 은행 관련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은행 지수는 8.90% 상승, 최근 사흘 동안 21.62% 오르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지주사가 급등하자 이들 종목을 편입한 상장지수펀드(ETF)도 덩달아 치솟았다. 코세프뱅크스가 11.11%,코덱스은행은 9.75%,타이거은행은 8.82% 상승했다. 은행주의 초강세는 경기회복 기대감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지난 분기보다 상승 전환한 데다 경기선행지수에 이어 동행지수까지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 '경기 저점 통과설'이 확산되면서 대형 은행주가 최대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은행들이 내놓고 있는 1분기 실적도 부실은 다소 늘었지만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용욱 대우증권 금융팀장은 "은행주들의 1분기 건전성이 좋다고 볼 순 없지만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향후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여기에 유동성이 은행주로 몰리면서 시장 주도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은행주 매입 러시외국인은 은행주를 적극 매입하고 있다. 신한지주에 816억원의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것을 비롯 KB금융지주(692억원),우리금융지주(421억원) 등 2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3개 은행지주사에 쏟아부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주식 비중을 상승에 맞춰 늘리지 못했던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가 반등국면을 계속 이어가자 상대적으로 덜 오르고 PBR(주가순자산비율)가 0.8배에 불과한 국내 대형 은행지주사 종목을 사들이며 뒤처진 수익률을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지주의 경우 지난달 21일 이후 외국인은 매일 주식을 사들이며 2567억원가량의 순매수를 나타내고 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주문 담당자도 "미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증시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나 이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원 · 달러 환율이 안정적으로 보이고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대형 은행주에 주문을 넣고 있다"며 "이들은 한국의 유동성 랠리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외국인은 모든 은행 지주사를 산 것은 아니다. 이날 외국인은 하나금융지주를 200억원 이상 순매도하는 등 지난달 27일부터 뚜렷한 '팔자'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던진 주식만도 737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이 은행지주사 주식을 사더라도 실적 전망 등을 보면서 차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지주 1분기 실적은 부진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1분기 11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6204억원)보다 81.0%나 줄었고 전 분기(2838억원)에 비해서도 58.4%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당초 신한금융지주가 2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었다. 구경회 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383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KB금융지주와 비교해도 실망스러운 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룹 전체 이익에서 신한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52.2%에서 26.2%로 감소했다. 카드,증권,보험 등 비은행부문의 이익기여도가 처음으로 은행부문을 추월한 셈이다.

1분기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대출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CD금리가 급락한 동시에 대출 자산 증가율은 0.3%에 그쳐 신한은행의 이자수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이자부문 이익은 8886억원으로 전 분기(1조1941억원)에 비해 25.6% 줄어들었다.

특히 신한은행은 변동금리대출의 비중이 전체 대출의 약 87%로 다른 은행(60~70%)에 비해 높아 CD금리 하락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신한은행 4210억원을 포함,신한금융지주의 1분기 충당금 적립액은 5800억원에 달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조선 · 건설 등 1차 구조조정과 관련해 지난해 4분기에는 워크아웃을 전제로 1839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는데 진세조선,녹봉조선 등 몇몇 회사에서 돌발변수가 생겨 1분기에 1366억원을 추가로 쌓았다"고 설명했다.

김재후/조진형/유창재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