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글로벌 경제 서서히 회복…내년 성장률 1,7% 그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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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의 제임스 맥코맥 아시아 국가신용등급담당 이사는 신중했다. "한국에 당면한 위기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국가신용등급 향상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정부 지원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은행들의 자본확충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국 정부의 '슈퍼 추경'에 대해서도 "경기 하강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하강 추세 자체를 역전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맥코맥 이사는 글로벌 경기에 대해서도 "회복은 하겠지만 그 속도는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치는 작년 11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조정했는데.

"금융부문이 어려움을 겪게 되고 정부가 안게 될 위험이 커질 것이란 우려를 근거로 했다. 당시 국제자금시장에서 한국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상태였다. 정부도 한국은행을 통해 은행들에 외환 공급을 늘리던 시기였다. 북한을 둘러싼 위험도 신용등급 산정에 영향을 미쳤다. "

▼지난 3월 피치의 실무평가단이 한국을 방문해 경제상황 전반을 점검했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경제적 여건 악화는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외부의 금융여건이 악화되는 것과 동시에 경기 하강이 진행될 때만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으로 은행들의 금융여건이 어떤지와 정부 지원의 안정성에 중점을 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할 방침이다. "

▼피치는 얼마 전 일부 한국 은행들의 재무건전성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다소 무리하다는 반론도 일었는데.

"단순한 전망에 의해 은행 신용등급을 조정한 게 아니다.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자산건전성 평가) 결과에 따라 신용등급을 조정했다. 한국의 은행들이 어떻게 자본확충을 할 수 있으며 외부적 충격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에 중점을 뒀다. 그 결과 은행들의 신용위험이 아주 심각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2년5개월이 넘게 걸릴 것으로 봤다. "▼한국에는 여러 번 '위기설'이 나왔다. 한국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올초에 제기됐던 '3월 위기설'은 외부차입금의 상환부담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를 기반으로 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만 놓고 보면 한국에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한국의 거시경제 여건이 최근 몇 년 전에 비해 비우호적으로 변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다른 주요 교역국들과 무역을 원만히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조만간 위기에 당면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

▼은행 신용등급 하향은 국가의 신용등급 하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 금융 관계자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은."피치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적 대응이 금융회사들의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는 데 적당한지,시의적절한지,알맞게 조율됐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검토할 예정이다. 이는 작년 한국의 은행들이 디레버리지(차입금 축소)를 겪기 시작한 이후 피치가 은행들을 평가하는 중요 잣대이기도 하다. "

▼다른 국가처럼 한국도 최근 28조4000억원에 달하는 '슈퍼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경기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한국의 수출은 정부의 재정 지출에 크게 영향받는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수출과 관련된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의 노력이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가구 소득과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디레버리지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도 둔화될 게 분명하다. 경기흐름을 되돌리려는 정책은 단지 수요 감소를 부분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

▼글로벌 경제가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피치는 지난 3월 발간된 '글로벌 경제전망'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라 글로벌 수요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은 아주 서서히 이뤄질 전망이다.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1.7%로 예상한다. 2000~2008년 중 연평균 성장률 3.1%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제임스 맥코맥 이사는…

오랫동안 국가 신용 및 국가 리스크 평가 업무를 담당해온 신용평가 전문가다. 캐나다 토론토대와 요크대를 나왔다. 캐나다의 와튼경제연구소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다. 캐나다정부의 외교무역부 등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며 거래 국가의 위험도 등을 분석했다. 이후 캐나다 수출진흥청에서 중남미 국가의 컨트리 리스크를 담당하기도 했다. 피치에 합류해서는 런던 본사의 이사로서 중동 동유럽 등의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담당했다. 현재는 아시아지역의 국가신용등급 분석과 평가업무를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