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도 기업 컨설팅 서비스 있네"

우리銀 진단받은 형지어패럴 자금수지 676억 개선
재고관리·가격결정 비효율 제거…회사체질 바꿔

한 중견 의류 회사가 시중은행에서 경영컨설팅을 받고 6개월여 만에 자금수지를 600억원 이상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은행이 예금 대출 등 전통적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경영 컨설팅 영역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 실례로 평가되고 있다.

여성용 의류 제조업체인 형지어패럴과 샤트렌,형지끌레몽트,형지크로커다일(대표이사 최병오)은 지난해 9월 우리은행 중소기업전략부에 유료 컨설팅을 요청했다. 2003년 680억원이던 4개사 매출액이 2008년 38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0년엔 매출 목표 1조원을 천명할 수 있을 정도로 사세가 커지면서였다. 급성장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비효율과 재무적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의도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컨설팅 후 형지어패럴 계열사들은 완전히 다른 회사로 탈바꿈했다. 부채 1006억원,예금 300억원이었던 자금 사정은 부채 790억원,예금 760억원으로 바뀌었다. 예금만 460억원이 늘어났고 부채는 216억원 줄어들었으니 자금수지 개선효과가 676억원에 달했다.

컨설팅은 재무뿐만 아니라 회사 운영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의류 판매가격을 책정하는 방식부터 바꿨다. 전에는 원가가 기준이었다. 원단 등 원재료 가격이 1만원이라면 이 금액의 3.2배인 3만2000원에 판매하는 식이었다. 그 기준을 '소비자 수용도'로 대체했다. 원가를 중시하는 공급자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에 주목함으로써 판매가격을 전반적으로 상향조정했다.

재고관리에서도 전면적인 수술을 했다. 결품률을 없애기 위해 판매량의 1.5배가량을 항상 재고로 쌓아두고 있었는데 1.2배로 낮추도록 했다. 판매량과 재고량 추이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였다. 매출채권도 엄격하게 관리했다. 당시 회사 직원들 머리 속에는 '매출채권을 남겨둬야 우리 제품을 계속 가져갈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었다.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매출채권을 일부러 그냥 두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리점과 브랜드에 대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수익이 나지 않거나 매출이 적은 대리점은 폐쇄토록 했고 목 좋은 곳에 있는 대리점에 대해서는 지원을 강화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에 최병오 대표는 이례적으로 이종휘 우리은행장에게 감사패를 보내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감사패에는 "귀사는 컨설팅을 충실히 수행하여 형지어패럴과 계열사 샤트렌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기여한 공이 크므로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우리은행이 중소기업에 경영컨설팅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이었다. 조재현 중소기업전략부장은 "중소기업 중에는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지만 경영 애로를 해결하지 못해 고생하는 곳도 적지 않다"며 "은행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 문제를 함께 고민함으로써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형지어패럴 등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장기 컨설팅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받지만 영세 중소기업에는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우리은행 경영컨설팅팀(팀원 10명)이 취급한 컨설팅 건수는 2006년 99건,2007년 112건,2008년 136건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 · 신한 · 하나 · 기업은행 등도 거래기업들을 대상으로 재무 등 다양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