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효도하는 길

'내가 밤낮으로 빌고 원하는 것은 문장이 열심히 독서하는 일 뿐이다. 문장이 선비의 마음씨를 갖게 된다면 내가 무슨 한이 있겠느냐.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부지런히 책을 읽어 이 아비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리지 말아다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다.

'문장'은 다산의 둘째 아들이다. 다산은 18년 동안의 귀양생활 동안 두 아들에게 절절한 사연의 편지를 보냈다. 공부하라,폐족이라고 기죽지 말아라,이웃을 도와라,매사 모범이 되어라 등.하나같이 자식들에 대한 사랑과 걱정,격려로 가득찬 내용들이었다. 또 어머니(다산의 아내)를 잘 모시도록 신신당부했다. '어버이를 섬기는 일은 그 뜻을 거역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인들은 의복이나 음식,거처에 관심이 많으므로 어머니를 섬기는 사람은 사소한 일에 유의해야 효성스럽게 할 수 있다. '그리곤 아들들에게 일렀다.

'너희 형제는 새벽이나 늦은 밤,어머니의 방이 찬가 따뜻한가 항상 점검하고 요 밑에 손을 넣어보고 차면 따뜻하게 불을 때드리되 이런 일은 종을 시키지 않도록 해라.그 수고로움도 잠깐 연기 쏘이는 일에 지나지 않지만 네 어머니는 무엇보다 더 기분이 좋을 것인데 너희들은 왜 이런 일을 즐거이 하지 않는가. '

다산의 편지를 인용할 것도 없다. 부모 마음은 한결같다. 건강하게,언제 어디서든 남에게 꿀리지 않고 잘 살아줬으면 하는 게 그것이다. 자연히 자식 생각만 하면 언제든 조마조마한 게 부모다. 근심은 대학에 들어가도,취업해도,결혼해도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늘어나기 일쑤다. 그러니 걱정을 덜어주는 것보다 더 큰 효도는 없다. '효도하는 길'은 다산이 아들들에게 이른 것처럼 크고 거창하지 않다. 일류대에 못들어가도,번듯한 곳에 취업 못했어도 상관없다. 그저 늦으면 늦는다고,몇시 쯤 귀가할 테니 걱정말고 먼저 주무시라고 전화 한 통 하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마음이 놓인다.

다 큰 자식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얼굴빛이 밝고 목소리가 괜찮으면 '별 일 없구나'싶어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전화해봤자 괜한 잔소리만 들을 텐데 지레 짐작,"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세요"할 게 아니라 가능한한 전화라도 자주 할 일이다. 잔소리 들을 부모가 없으면 하소연할 부모도 없을 테니.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