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구호만 있는 서비스 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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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요즘 과천 기획재정부 청사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사활을 걸다시피 했던 추가경정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경상수지 흑자,환율 안정 등 각종 경기 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공무원들의 표정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는다.
이용걸 재정부 제2차관은 이를 두고 "하반기부터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일반 샐러리맨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에 있었던 대기업들의 고용불안 문제가 불거지면 10여년 전 외환위기 때처럼 '대량 실직→중산층 붕괴'라는 우울한 시나리오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정부가 실업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시적인 공공사업 등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실제 지금까지 정부의 고용 정책은 일용직이나 임시직 근로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1조3280억원의 예산을 들여 생계유지가 힘든 취약 계층에게 6개월간 한시적인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희망근로 프로젝트다.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당장의 생활비도 아쉬운 서민들에겐 반가운 사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일자리로 대기업 출신의 실직자들을 제대로 수용할 수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새로운 직업과 고용군을 창출해야 경제의 선순환을 꿈꿀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정부나 경제 전문가들은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꼽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역점 사업이기도 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일 발표한 '서비스산업 발전전략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 비중은 OECD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지금보다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갈 여지는 충분히 있어보인다. 게다가 제조업이 고용을 견인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8일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추진회의에서는 그동안 경제계의 기대를 모았던 영리의료법인 설립과 일반약품의 슈퍼마켓 유통문제는 보류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이익집단의 조직적 반발과 정치 논리,부처 간의 의견대립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내걸었던 '선진화'라는 구호가 어떤 식으로 외면받고 있는지 그날 회의에서 확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