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가치 높게 나온 쌍용차…회생까진 '첩첩산중'

구조조정·외부 자금수혈 등 전제조건 충족 시켜야
"보고서가 예쁘게 나왔다고 좋은 게 아니다. 우리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 쌍용자동차의 재무구조를 실사한 삼일회계법인이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높다는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한 6일,쌍용차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삼일은 존속 의견을 내면서 쌍용차가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25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수혈받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붙였다. 쌍용차가 가야 할 길이 여전히 첩첩산중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산은 "보고서 타당성 재검토해야"

이날 보고서로 쌍용차는 당장 파산은 면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법원의 의견이라고 볼 수 있는 삼일 보고서는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3890억원 큰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관건이다. 쌍용차는 강력한 구조조정,2500억원 외부 수혈 등 법원이 주문한 두 가지 전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법원 측은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회생 계획을 수행할 가능성이 없으면 법원은 회생절차를 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두 전제 조건 모두 실행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노조는 7일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태다. 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한다면 자금 지원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파업 며칠 하면 수혈해 준 돈이 다 날아갈 것 아니냐"며 "모래성에 물 붓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문제가 아니더라도 산업은행은 "자금 지원을 검토해 본 적도 없다"고 할 정도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보고서의 현실 타당성을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회생까진 갈 길 멀듯

법원은 오는 22일 산업은행 등이 참여하는 1차 관계인 집회를 통해 이날 보고서상의 의견을 확정하게 된다. 쌍용차는 이후 4개월 이내에 채무 변제 계획 등 구체적인 회생 계획안을 작성해 2차 관계인 집회에 제출해야 한다. 계획안에 대한 가결은 채권자,담보권자,주주의 동의 아래 회생 절차 개시일(2월6일)로부터 1년 이내(6개월 연장 가능)에 이뤄진다. 최악의 경우 내년 8월까지 쌍용차 문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쌍용차 경영진은 "구조조정에 필요한 희망 퇴직금 지급에 1000억원,신차 개발에 1500억원이 당장 필요하다"며 산업은행에 대출을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의 최대 주주인 상하이자동차(지분율 51.33%)의 행보도 자금 수혈과 관련한 또 다른 변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상하이차가 뭔가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산업은행도 쌍용차를 지원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