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시장 뚫은 종합상사… 영업이익 '쑥쑥'

LG상사·삼성물산 등 6社… 1분기 실적 불황속 선방
阿등 알짜 거래선 발굴 주효… 자원개발 사업도 가속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무역규모가 크게 위축됐음에도 수출입 중개를 주력으로 하는 종합상사들이 지난 1분기 중 큰 폭의 영업이익을 냈다.

제조업체들의 정보력과 힘이 미치지 못하는 틈새 수출 시장을 찾아 '알짜' 거래처를 뚫어낸 덕분이다. 최근 해외 자원개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어 종합상사들이 한동안의 부진을 딛고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숨은 시장을 찾아라'

7일 LG상사는 올 1분기 매출이 896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87억원으로 33.9%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우인터내셔널과 삼성물산 역시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각각 19.1%,154.7% 늘었다.

현대종합상사와 쌍용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종합상사가 실적호전을 보인 주 요인은 '소싱(sourcing)의 힘'이다. 수출이 어려워지자 제조업체들이 종합상사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존하기 시작한 것.종합상사 고위 임원은 "호황기땐 제조업체에 물건을 달라고 사정해야 했지만 요즘은 물건 좀 팔아달라는 요청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종렬 HMC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물동량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상사의 매출이 크게 줄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품목이 철강이다. 국내 철강 제조업체들이 수출 활로를 찾지 못하자 종합상사들은 틈새 거래선을 발굴하는데 주력했다. 현대종합상사는 나이지리아 최대 철강업체와 냉연 강판 수출 계약을 맺어 국내 철강 물량을 소화시켰다. 그 결과 현대종합상사의 철강사업 매출은 35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김재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1분기 실적호전에 대해 "아프리카,중 · 남미 등에서 철강,금속,기계 분야의 신규 시장을 개척해 영업력을 확대한 게 주효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가 발휘하는 글로벌 네트워크해외 정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정보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의 사업은 규모는 작지만 최근 종합상사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자동차 부품 회사인 A사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도움을 받아 SUV(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 완성차 사업에 뛰어든 인도의 기계업체 B사로부터 주문을 따냈다.

단순 무역 중개에서 벗어나 제조업체와 함께 해외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작년 초 SK네트웍스가 대양금속 터키 법인의 지분 30%(360억원)를 인수,연산 27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공장을 터키에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터키에서 생산한 제품은 유럽 역내에 무관세로 들어간다는 점을 SK네트웍스가 파악,대양금속과 합작한 것.이 밖에 1분기 한때 160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 · 달러 환율 효과도 종합상사의 두둑해진 영업이익에 큰 몫을 했다. 무역 중개 수수료와 자원 개발 배당금을 달러로 받는 사업 구조 덕분이다.

2분기 전망과 관련,박종렬 연구위원은 "환율은 떨어지겠지만 글로벌 물동량이 되살아나고 있는 데다 LG상사의 경우 올해 생산을 시작하는 광구 이익금이 2분기부터 반영되는 등 자원 개발 효과까지 가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치호 LG상사 경영기획담당 상무는 "무역중개와 자원 개발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느냐가 종합상사 미래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