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비크ㆍ클락] 지프타고 신나는 화산탐험…가슴이 '뻥' 뚫려요

회사일에 지친 아빠,생활에 찌든 엄마,공부에 시달리는 아들과 딸.가족들이 지쳐 있을 때 최고의 탈출구는 가족여행이 아닐까.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아빠가 경치 좋은 곳에서 쉬고 싶어하면 아들 · 딸이 지루해하고,엄마가 쇼핑에 관심을 쏟으면 아빠 표정이 시무룩해진다. 가족여행은 모두를 만족시켜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인천공항에서 세 시간 남짓 날아가면 그런 곳이 있다. 필리핀의 수비크,클락지역이다.


#밀림과 바다가 어우러진 수비크마닐라에서 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150㎞ 정도 달리면 색다른 재미가 기다린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푸른 바다,깨끗한 공기가 어우러져 '필리핀의 캘리포니아'라고 불리는 수비크다. 잘 정돈된 도로와 곳곳에 떠 있는 요트들이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먼저 JEST 캠프를 찾아가 보자.미국 훈련장을 개조해 만든 이 캠프는 미군들이 베트남에 참전하기 전에 아이타족에게서 정글 생존법을 배우던 곳이다. 몸이 아주 작은 아이타족은 대나무와 칼을 이용,숟가락과 밥그릇,도시락 등의 생활용품을 뚝딱 만들어 내고,대나무에서 레몬맛 수액을 뽑아내는 시범을 보인다. 아이타족 출신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하늘 한뼘 안보이는 정글을 체험해 보는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다. 잔뜩 긴장한 상태로 정글에서 나와 해변으로 달려가면 서핑,스노클링,바나나보트 등 각종 행양스포츠가 기다린다. 정글에서 숨 죽였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요트클럽에서 요트를 타거나 수비크베이 크루즈를 타고 수비크만의 아름다운 모습을 둘러보는 것도 재밋거리다.

밀림 속에 조성된 '트리 톱 어드벤처'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장소다. 10m가 넘는 나무들로 둘러싸인 열대 우림 속에서 나무와 나무를 연결,각종 놀이기구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로프를 타고 정글 속을 날아보면 타잔이 된 듯 환호성이 절로 터진다.
#화산과 온천이 있는 클락

클락은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약 두 시간 거리에 있다. 수비크에서 가깝다. 이곳의 백미는 '피나투보 화산'.마운틴 피나투보는 잠발레스,딸락,팜팡가주에 걸쳐 있는 산으로 1991년 6월 화산이 폭발,2주 동안 지진과 함께 용암이 흘러나왔다. 분출된 화산재가 지상 20㎞까지 올라갔으며,그 양이 50억t에 달했다. 폭발 후 2년 동안 지구 기온이 섭씨 0.6도 떨어졌는데,이는 어마어마한 화산 먼지와 황산염 입자가 해를 가렸기 때문이란다. 폭발로 인해 약 25만명이 집을 잃고 9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불덩이가 훑고 간 자리는 매력적인 트레킹 코스가 됐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지 않아 원시적인 느낌 그대로다.

피나투보 화산으로의 트레킹은 출발부터 흥분된다. 4륜구동 지프를 타고 화산재 가득한 오프로드를 내달리는 것 자체가 색다르다. 길이 없다 보니 차를 몰고 물길을 건너고,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동안 긴장과 재미가 뒤섞인다. 주변의 자연경관도 일품이다. 산 속 깊은 곳에 사는 아이타족의 원시적인 생활도 엿볼 수 있다. 한 시간 반 정도 달려 정상 부근에 다다르면 가족끼리 도와가며 트레킹을 해야 한다. 고생 끝에 정상에 오르면 백두산 천지 같은 에메랄드빛 칼데라호가 신비롭게 펼쳐진다. 트레킹으로 화산재를 뒤집어 썼다면 피나투보 화산의 대폭발 이후 생겨난 푸닝온천으로 향하면 된다. 이 유황온천지대는 한국인이 개발,2005년 개장했다. 천연 유황 머드가 있는 곳에서는 진흙탕을 즐기고,노천에 흐르는 유황물에 몸을 담그면 선계가 따로 없다. 아이타족의 마사지 서비스를 받은 후 화산재로 찜질을 하고 나면 여독이 개운하게 풀린다.

클락(필리핀)=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여행 TIP]필리핀 마닐라까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세 시간 남짓 걸린다. 아시아나항공 클락 직항노선을 이용하면 클락까지 곧바로 갈 수 있다.

수비크의 숙소는 해안을 따라 포진해 있다. 타운 내에서는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닐 수 있다. 클락에는 자유무역특구에 위치한 비다호텔(Hotel Vida)이 좋다.

한국인이 친절하게 서비스를 해주고,콘도식이어서 룸에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다. 창 밖에는 멋진 수영장이 보인다. 개별적으로 가는 게 어렵다면 패키지 여행상품을 이용해 볼 만하다. 하나투어가 '수비크ㆍ클락ㆍ그란데아일랜드' '수비크ㆍ클락ㆍ푸닝온천' 3박5일 상품을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