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 선진화] 의료‥영리병원 허용 또 "다음에…" 알맹이 빠진 선진화

6년째 논의만…'10~11월 결론' 불투명
소화제등 슈퍼마켓 판매도 없던 일로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의료와 교육 등 서비스 선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

"특히 영리(투자개방형) 의료법인과 교육기관 도입은 서비스 선진화의 요체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틈이 날 때마다 의료 및 교육서비스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내수 부양과 일자리 창출이 두 분야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8일 발표된 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에는 두 가지 핵심 과제가 빠져 있다. 영리병원 도입과 함께 의료개혁의 주요 사례로 든 일반의약품(OTC)의 슈퍼마켓 판매,병원 의료정보 공개 등 부수적인 알맹이들도 슬그머니 없던 일로 돼버렸다.

◆6년간 논의만 해오다 또 논의?비영리 법인만 운용할 수 있는 병원과 학교에 영리를 추구하는 '주식회사 병원 · 학교' 개념을 도입하자는 방안이 나온 것은 노무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햇수로는 벌써 6년째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두 분야는 규제개혁의 상징으로 강조됐다. 때문에 정부 출범 초기 영리 병원과 학교 허용 논의가 몇 차례 진행됐으나 매번 관련 단체의 반발 등으로 흐지부지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월 '서비스산업 선진화 3단계 방안'을 통해 영리 의료법인 도입을 재차 추진키로 하고 결론을 내는 시점을 5월로 못박았다. 6년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보기 좋게 무산됐다. 도입을 주도하는 기획재정부가 결국 보건복지가족부와 관련 이익단체 반대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결론을 연말로 다시 미뤘다.

◆영리병원 도입 11월에는 결론 날까구본진 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영리병원은 관계 부처와 이해 당사자들 간의 의견차이가 첨예해 도입 여부에 대한 결론을 오는 10~11월로 연기하기로 보건복지부와 합의했다"며 "외부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겨 선진국의 사례과 일부에서 제기하는 우려 사항 등에 대해 좀더 연구하고 공론화 과정도 거쳐 도입 여부를 결론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연구용역을 두 부처의 대표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보건산업진흥원에 맡길 예정이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공청회 등을 거쳐 여론을 수렴한 후 결론을 낼 계획이다. 한마디로 원점부터 재검토하기로 한 셈이다.

하지만 두 부처의 의견차이가 좁혀져 하나의 결론이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두 부처는 논쟁거리 중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모든 병원이 건강보험환자를 의무적으로 받는 것) 유지 △비영리 법인의 영리법인 전환 불가 등 몇 가지 전제조건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영리법인을 허용했을 경우 고가 진료 위주로 서비스가 이뤄져 결국 의료비가 올라가고 그 과정에서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해 의료 서비스의 양극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소 같은 공공의료기관의 질적 향상 없이 법인화를 서두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기관에 자본을 조달하는 형태의 병원 지주회사(MSO) 설립도 재정부는 병원의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보건복지부는 영리법인 허용 반대 논리로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영리학교 도입에 대해 정부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며 시급한 과제가 아니다"(재정부 관계자)며 추진 시기에 대해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는 교육의 질을 높여 해외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외국 교육기관의 국내 유치를 위해 영리법인 허용을 추진해왔으나 교육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교육계의 반발로 사실상 계획을 접은 셈이다.

정종태/서욱진/박신영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