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교향악단도 경제난에 '시름'

연습할 곳이 없어 빈 공터에 악기를 늘어놓고, 공연장을 구하지 못해 길거리에서 앙상블을 연주하는 단원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장면들이다. 미국의 교향악단도 지금, '드라마틱한' 난관을 겪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의 여파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까지 미치고 있다. 미국 유수의 교향악단들이 자금난으로 콘서트를 잇달아 취소하고 단원을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AFP통신은 8일 “미국 내 오케스트라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위기는 지휘자의 연단까지 미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전미 5대 교향악단 가운데 하나인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지난달 예정됐던 유럽 연주여행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보스턴 심포니 측은 "경제위기가 극복될 때까지 해외 투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적인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이 이끌고 있는 보스턴 심포니는 1881년 이 지역 출신의 음악 애호가이자 은행가인 헨리 히긴슨의 재정 후원으로 세워진 교향악단이다.

AFP는 "더 작은 규모의 교향악단들은 소멸을 향한 고통스러운 ‘디미누엔도’(음악용어, 점점 약하게)를 맞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오케스트라들은 점점 줄어드는 개인 기부금에 명줄을 걸고 있다. 미국 동부 메인주의 포틀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앨리스 콘하우저 대변인은 “여러 성공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최근 비용 감축을 위해 직원들을 해고하고 임금을 10% 삭감했다. 콘하우저 대변인은 “비용 삭감의 대표적인 사례는 여름 공연의 취소”라고 덧붙였다.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지난 3월 9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이 오케스트라의 로렌서 탬버리 단장은 “이것은 경제상황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지만, 전통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애틀랜타, 뉴멕시코, 필라델피아의 오케스트라들도 비용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직원의 5분의 1을 해고했다. 역시 전미 5대 관현악단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도 750만 달러의 결손을 전망하고 있다.AFP통신은 “오케스트라들이 투어공연과 콘서트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단원들을 포함한 직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