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기간이 1~2년 정도면 환헤지형 가입을

3~5년 정도의 중자기형 투자자는 환노출형 바람직

환율급락에 따라 펀드투자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증시 상승에도 불구,3월 이후 원 · 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환율변동 위험에 무방비인 환노출형 해외펀드의 수익률은 회복세가 더딘 형편이다. 투자대상국 증시는 올랐지만 환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의 경우 환차손이 발생해 어렵게 올린 수익을 까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3개월 환헤지형과 환노출형 수익률은 평균 10%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같은 펀드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투자기간이 1~2년 정도라면 원 · 달러 환율 추가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막을 수 있는 환헤지형 가입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3~5년 정도의 중장기 투자자라면 환노출형 가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기에 성공한 환헤지형 펀드환헤지 여부는 펀드명을 통해 구분이 가능하다. 펀드 이름에 'UH'(언헤지)가 붙은 펀드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고 'H'(헤지)는 환헤지를 하는 펀드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환헤지형은 환노출형과 수익률에서 비교가 되지 못했다. 해외 주식형펀드는 손실을 보고 있지만 원 · 달러 환율이 1600선에 육박하면서 얻게 되는 환차익이 이를 만회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3월 이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환헤지형 펀드 수익률이 환노출형을 크게 앞서고 있다. 펀드평가회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과 3개월 환헤지형 해외 주식형펀드 수익률(6일 기준)은 각각 5.26%,6.44%로 환노출형보다 6.24%포인트,11.11%포인트 높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차이나A셰어증권투자신탁' A클래스의 경우 환헤지형은 1개월 수익률이 4.49%인 데 비해 환노출형은 0.22%에 머물고 있다. 3개월 수익률은 12.14%와 3.57%로 차이가 더 벌어진다.

일본 펀드도 마찬가지다. 삼성투신의 '삼성당신을위한N재팬주식종류형자'A 클래스 환헤지형은 최근 3개월 4.98%의 수익을 낸 반면 환노출형은 거꾸로 10.50% 손실을 입고 있다. 하지만 1년 이상으로 가면 환노출형이 환헤지형을 크게 앞선다. 최근 1~2년간 원화가 엔화에 비해 꾸준히 약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1년과 2년 환헤지형 수익률은 -45.39%, -57.32%로 환노출형 -22.93%,-23.27%에 크게 못 미친다. ◆해외펀드 환헤지는 어떻게

해외펀드 투자 때는 해당국의 주가지수나 금리 등 개별 투자대상에 대한 분석 외에 환율 전망도 매우 중요하다. 자산가격의 이익을 환에서 까먹을 수도 있고 더 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외펀드의 총수익은 투자자산의 가격변동과 환율변동의 손익을 합쳐 구한다.

이 같은 환율변동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외환 투자금액만큼 환헤지를 한다. 국내 운용사들이 설정한 해외펀드는 대부분 펀드 내에서 환헤지를 해 환헤지에 소요되는 비용을 펀드비용으로 부담한다. 또 환헤지를 하지 않는 펀드를 별도로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밖에서 만들어진 역외펀드들은 대부분 펀드에서 환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 역외펀드들은 환율도 하나의 투자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역외펀드의 경우 환헤지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판매사에서 선물환계약을 통해 개별적으로 환헤지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 환헤지에 필요한 비용은 투자자 자신이 별로도 부담하게 된다.

◆원화강세기 펀드 투자전략

해외펀드의 환헤지 실시 여부는 논란이 많은 쟁점이다. 환율이나 경제상황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투자기간이 1~2년 정도인 해외펀드라면 환헤지형에 가입할 것을 적극 권하고 있다. 조한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3월 원 · 달러 환율 고점보다 300원(18%) 정도 떨어졌지만 연말까지는 원화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이런 전망이 맞다면 환노출형은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원화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 경제는 단기 외채에 대한 부담에다 해외의존형 구조를 갖고 있어 이번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그러나 금융불안 우려감이 잦아든 데다 외국계 증권사나 기관들마저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원 · 달러 환율은 하락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순수하게 투자자산의 가격변동만 먹는 환헤지가 안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머징마켓에 투자할 경우 우리가 넣는 원화는 달러로,달러는 다시 해당 투자국의 화폐로 환전돼 투자된다. 이 경우 환노출형은 달러와 투자국 화폐의 흐름을 복합적으로 따져야 해 환율을 예측,투자대상으로 삼는 건 너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장기투자자라면 환노출형이 낫다는 주장도 있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기본적으로 해외투자는 그 나라의 경제나 증시가 좋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하는 만큼 해당국의 화폐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에 맞춘 환노출형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머징국가의 경우 환헤지 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가 장기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2005년 4월부터 2008년 4월까지 3년간 수익률을 보면 환노출형의 성과가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