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체감지수는 이미 1600선 근접

삼성전자 등 상장사 절반 작년 8월 수준 회복
ITㆍ증권 업종 급등… 은행ㆍ통신은 반등 더뎌
코스피지수가 7개월여 만에 1400선을 회복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지수는 이미 1600선에 근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 수혜에 대한 기대로 급등한 중소형주는 물론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들도 상당수는 이미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웃돌던 지난해 8월 수준의 주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은행과 일부 건설주 등 증시 하락의 원인과 직결된 종목들의 주가는 여전히 부진해 업종 간 뚜렷한 온도차가 지수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미 1600선

10일 한국거래소와 대우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SK에너지를 비롯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종목의 절반 수준인 360여개 종목은 이미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고조된 지난해 9월은 물론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웃돌던 8월 이전의 주가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주말 종가인 56만9000원은 코스피지수가 1567.71을 기록했던 지난해 8월18일(57만9000원) 이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지난달 한때 62만7000원까지 치솟은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이미 코스피지수가 1500~1600선을 오르내리던 지난해 7~8월 당시의 주가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지난달 이후 23.1% 급등하며 작년 7월 이후 처음으로 3만1000원대 주가를 넘어섰고,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코스피지수가 1600선에 바짝 다가섰던 지난해 7월 말보다도 46.9%와 3.1%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SK에너지와 현대모비스 NHN 등 여타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지난해 7월 주가 수준을 웃돌고 있으며,알앤엘바이오 일진전기 등 일부 중소형주들은 상승률이 100%를 훌쩍 넘어서고 있어 국내 증시의 체감지수는 지금의 1400선보다 훨씬 높다는 분석이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1400선 부근까지 올라왔지만 반등과정에서 정책수혜주 등 일부 테마성 재료를 지닌 종목은 상승률이 3~4배에 달해 개별 종목을 거래하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국내 증시가 금융위기 이전으로의 회복을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의 흐름을 대변하는 증권주들의 움직임만 보면 코스피지수가 심지어 1700~1800선에 육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이 10조원에 근접할 정도로 급증하면서 삼성 대우 현대증권 등 주요 증권주들의 주가는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어섰던 지난해 3~4월 수준으로 뜀박질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 중심의 종목장세뿐 아니라 유동성 유입에 따른 증시 반등이 그만큼 강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업종별 온도차는 뚜렷

개별 종목들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업종별 주가 차별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원 · 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 기대감으로 IT와 자동차는 강세를 보인 반면 은행주는 미국 은행들의 건전성 이슈에 휘둘리면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종목별 · 업종별 차별화 양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IT와 증권 화학 철강 등 주요 업종지수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은행업종지수는 낙폭을 절반가량 메우는 데 그쳤고 통신과 전기가스 등 내수주 역시 상대적으로 반등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차별화의 원인은 실적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업종 위주로 외국인 매수세가 먼저 유입됐기 때문이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이익증가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던 IT나 자동차 등에서 가격 매력이 큰 철강주와 은행 및 경기방어주로 옮겨가고 있다"며 "수급의 선순환이 이어지면서 업종별 수익률 갭 축소와 그에 따른 지수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