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60만원대 넷북, 휴대폰 대리점서도 '반값'

올 하반기부터 넷북을 휴대폰처럼 저렴하게 이동통신사의 대리점에서 살 수 있게 된다.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등을 받으면 기존 넷북의 절반 수준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물론,할부 프로그램까지 이용하면 초기 비용 없이 넷북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휴대폰 대리점에서 넷북 산다
SK텔레콤은 빠르면 6월,늦어도 7월부터 자사 휴대폰 대리점에서 넷북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PC 제조사들과 넷북 조달 협상에도 착수했다.

넷북이란 7~10인치 화면을 채택한 소형 노트북으로 인터넷이나 문서작업 등 간단한 작업 용도로 개발된 저가 노트북이다. SK텔레콤은 이동하면서도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있는 와이브로,3세대 이동통신 모뎀 등을 내장한 넷북을 만들어 대리점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넷북 판매는 수도권 지역 대형 대리점에서 먼저 시작하고 점차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말 KT플라자(옛 전화국)와 전문 전자상가 제휴점 등을 통해 넷북 판매를 시작한 KT도 6월 초 KTF와의 합병을 계기로 판매처를 이동통신 대리점인 쇼 매장으로 넓힐 예정이다. 넷북을 판매할 쇼 대리점은 수도권 지역에만 700여개 이상이다. ◆통신 상품 함께 가입하면 20만원 이상 할인


이통사들이 넷북 판매를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휴대폰을 살 때처럼 보조금을 받아 넷북을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KT는 월 50기가바이트(GB) 용량까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와이브로 무제한50 상품(월 기본료 2만7000원) 가입자에게 최대 24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넷북 가격이 40만~60만원대임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이 할인받을 수 있다. 할인 후 남는 구매대금도 24개월 할부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면 초기 비용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다. SK텔레콤도 대리점을 통해 넷북 판매를 시작하면서 KT와 유사한 할인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해외 이동통신사 중에서는 넷북을 아예 공짜로 판매하는 곳도 생겨났다. 보다폰,오렌지,O2,T모바일 등 유럽 이통사들은 월 35유로대의 데이터 정액 상품을 2년간 사용키로 약정한 가입자에게 넷북을 공짜로 준다. 미국 AT&T는 월 60달러의 데이터 상품을 2년간 사용키로 한 사람에게 에이서의 최신 넷북을 50달러에 판매한다.

PC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넷북 유통 채널이 이통사 대리점으로 확대되면 제품의 종류나 가격대가 더욱 다양해져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휴대폰처럼 이동통신사의 브랜드로 만들어진 저가 넷북도 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IT종합 쇼핑몰로 진화하는 휴대폰 대리점

통신사들이 휴대폰 대리점에서 넷북 판매를 시작하는 것은 넷북에 와이브로 및 3세대 이동통신 모뎀 등을 묶어 파는 방식으로 데이터 서비스 가입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KT는 최근 와이브로 신규 가입자의 30% 이상을 넷북 구매자를 통해 모집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의 AT&T와 영국 보다폰,스페인 O2,독일의 T모바일 등 해외 이동통신사들도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대리점을 통한 넷북 판매를 시작했다.

단말기가 다변화되고 있는 것도 이통사들이 넷북 판매를 서두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동통신 단말기가 기존 음성통화 중심의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발전했듯이 앞으로는 넷북,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통신 기능을 내장한 4~7인치급 미니 노트북)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넷북 판매 배경을 설명했다.

통신을 접목한 기기가 다변화되면서 휴대폰 대리점의 성격도 달라질 전망이다. 휴대폰만 팔던 대리점들이 2~3년 전부터는 각종 휴대폰 주변기기 판매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초고속인터넷,인터넷TV(IPTV),인터넷전화 같은 유선 전화상품까지 취급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넷북까지 포함되니 IT 관련 서비스와 기기를 원스톱으로 살 수 있는 전문점으로 발전하는 셈이다.

최근 내비게이션,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에도 통신 기능이 접목되는 점을 감안하면 휴대폰 대리점의 취급 품목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직영 유통망을 늘려나가고 있다. 휴대폰 판매에만 익숙한 기존 대리점으로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서비스와 상품을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판매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F는 직영점을 확대하기 위해 P&S마케팅, KTF M&S 등 판매자회사까지 만들었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판매사원들이 각 가정의 IT 서비스와 디지털기기 구매를 종합 컨설팅해주는 게 휴대폰 대리점의 미래상"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