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폰티악 사망선고'에 폰티악市도 파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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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르포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에서 75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40여분 정도 달려가면 허름한 타운이 나온다. 바로 제너럴모터스(GM)가 '폰티악' 브랜드를 생산하는 폰티악시다. 인구 5만명 정도인 디트로이트 위성도시로 북동쪽으로 크라이슬러의 본사가 있는 어번힐과 인접해 있다. 인구 60%가량이 GM 근로자와 가족들이다.
지난 5일 평일 오후인데도 시청,경찰서가 멀지 않은 타운 중심가 거리 풍경은 황량하기만 하다. 사그너 스트리트와 파이크 스트리트(W) 사거리에 있는 '크로프트 볼룸'.문이 닫힌 선술집 내부를 들여다보니 테이블에 먼지 더께가 잔뜩 앉아 있다. 쓰러져 있는 의자와 벽에 붙은 거미줄은 오래전에 인적이 끊겼음을 보여준다. 2005년 2월에 인쇄된 듯한 홍보 전단에는 3달러에 홈메이드 맥주를 제공한다는 광고 문구가 들어 있다. 2005년께 문을 닫은 뒤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듯하다. 인근의 바그릴 키키밥스 등 대부분의 바도 사정이 비슷하다.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도처에 '임대 중(For Lease,Available)'이라는 문구뿐이다. 옛 명성은 간데없고 폐점포만 늘어가는 모습이다. 폐허로 변해가는 폰티악시.이제는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기조차 어렵게 됐다. GM이 지난달 27일 내년 말까지 '폰티악' 브랜드를 정리하겠다고 '사망선고'를 했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에서 프리렌서 기자로 활동하는 실레스트 헤들리씨는 "폰티악 시민들은 8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 정리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1926년 도시 이름을 따서 탄생한 '폰티악' 브랜드는 70년대 말까지 미 젊은이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고성능 엔진을 장착해 힘의 상징으로 비쳐진 덕분이다.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1978년에는 한 해 89만6980대가 팔렸다. GTO 모델은 4.6초 만에 시속 60마일 속력을 내면서 마니아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GM의 테크 월드쇼가 열릴 때는 폰티악시 방문객들이 수만명에 달했고 2002년까지는 미식축구팀 '디트로이트 라이온스' 본고장인 폰티악 실버돔 구장이 있었다. 돔 구장은 폰티악시가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2002년 디트로이트시로 옮겨갔다.
폰티악시가 폐허로 변해간 건 차 판매 위축 때문이다. 지난해 '폰티악' 브랜드는 26만7348대 팔리는 데 그쳤다. 1978년 대비 30%에 불과하다. 게다가 '셰비 실버라도''GMC 시에라' 등의 조립공장 생산도 절반가량 급감했다. 산업이 몰락하면 도시가 함께 무너진다. 폰티악시 역시 재정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린다 파라모어 폰티악시 교육위원회 국장은 "학교를 관리하고 운영할 돈이 없어 가을까지 전체 중 절반인 8개 학교의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폰티악' 브랜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은 경쟁력 있는 모델을 선보이지 못한 데다 엄격한 환경안전법규 도입으로 머슬카(힘센 고성능 자동차)가 설 땅을 잃은 탓이다. 1960년대 '폰티악'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빌 콜린스씨는 "70년대 이후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차를 한번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폰티악시에서 다시 75번 고속도로를 타고 20분 정도 동남쪽으로 내려오면 크라이슬러 워런 트럭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닷지 램'과 '닷지 다코타' 등을 생산하는 이곳은 크라이슬러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 전인 지난달 27일부터 공장 가동을 멈췄다. 연초만 해도 2700명의 근로자가 3교대로 근무했지만,3개월 전 2교대로 줄었고 한 달 전에는 종업원 수가 1교대 700명으로 감소했다. 이 공장은 부실을 떨어낸 '뉴 크라이슬러'가 출범된 이후에나 다시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공장 건너편 편의점인 '체스터 프라이드'에 근무하는 조 피터씨는 "가게 손님이 끊겨 새 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조립 공장이 조업을 중단하면서 인근 크라이슬러 스탬핑 공장 등 부품업체들도 사실상 개점 휴업에 들어갔다.
크라이슬러 퇴직자인 존 람니씨는 "디트로이트 '빅3'가 미래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결국 외국 경쟁사에 시장을 내주고 무너진 것"이라며 경영능력 부재를 지적했다. 디트로이트 근처 코너 엔진 조립공장에서 12년간 일하다가 작년 11월 해고된 그는 "하루속히 회사가 정상화돼 다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 이후 줄곧 쪼그라들고 있는 디트로이트는 한번 무너진 산업이 다시 일어서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편 채권단 설득에 난항을 겪고 있는 GM도 결국 크라이슬러처럼 파산보호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GM이 12명인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기 위해 헤드헌팅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디트로이트(미시간)=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