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핑계로 올린 식품값, 내릴땐 '함흥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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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빵·아이스크림…지난해 하반기 이후 환율 ·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앞다퉈 올렸던 식품업체들이 최근 가격 인상요인이 상당부분 해소됐음에도 불구,가격을 내리는 데 인색해 빈축을 사고 있다.
환율·원자재값 부담 줄었지만 대부분 업체 가격 요지부동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율과 원자재 가격 안정을 반영해 가격을 내린 곳은 롯데칠성과 해태음료 단 두 곳뿐이다. 롯데칠성은 지난 2월 환율과 원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평균 7% 인상했으나 지난달 "환율이 안정돼 원가 부담이 완화됐다"며 4% 인하했다. 해태음료도 롯데칠성과 비슷한 시기에 평균 8% 가격을 인상했다가 이달 초 2~9% 내렸다. 이들 두 업체는 가격 인상폭에 비해 인하폭이 작긴 하지만 가격을 스스로 인하했다는 점에서 다른 업체들과 비교하면 그나마 모범사례로 꼽힌다. 반면 지난 1월 제품 가격을 평균 10% 올린 한국코카콜라는 아직 '요지부동'이어서 대조적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사실상 전 품목에 걸쳐 이뤄졌다. 음료수는 물론 빵,아이스크림,햄,고추장,분유 등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올랐다. 일부 빙과업체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한번에 50%나 올리기도 했다. 과자의 경우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용량을 슬그머니 줄이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식품업체들의 가격 압박 요인이었던 환율 · 원자재 가격이 최근 크게 완화되는 추세여서 소비자들의 제품 가격 인하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올초 1500원을 넘나들던 원 · 달러환율은 이달 들어 1200원대로 급락했다. 주요 식품 원자재 가격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미국산 소맥의 t당 수입가는 지난 3월 253달러로 전년 동월(529.85달러)보다 52.3% 떨어졌다. 옥수수는 1년 만에 42.3%,대두는 35.9% 각각 하락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업체가 임금을 동결해 인건비 부담도 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하 움직임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업체는 "아직까지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안정됐다고 볼 수 없어 가격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A식품업체 관계자는 "1년 단위로 원자재 도입계약을 맺어 최근 시세가 하락했어도 시스템상 바로 제품 가격을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B빙과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가격결정권을 쥐고 있어 출고가를 소폭 내리는 것은 소비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추이를 지켜본 다음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혜경 소비자시민모임 대외협력팀장은 "현재 여건상 가격 인하를 미룰 이유가 없는데도 식품업체들이 이를 외면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셈"이라며 "결국 약자인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비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