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재단-한경 공동기획] 최근 경제현황 및 위기대응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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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지연·투자 부진‥위기이후 국가경쟁력에 걸림돌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 서울대국제대학원 교수)과 한국경제신문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응 방안을 제시하기위해 매월 토론회를 갖는다. 선진화재단이 구성한 경제위기대응패널이 주제 발표와 토론을 이끌어간다. 11일 선진화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토론회의 주제는 '최근의 경제 현황과 위기 대응에 대한 평가'였다.
패널은 한국 경제가 머지않아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론이 일부 지표의 호전으로 인한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경제 전반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기업들의 경쟁력이 저하돼 글로벌 경제위기가 끝난 이후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 경제 더블딥 가능성"
주제 발표를 한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나타나는 금융시장의 회복세는 저금리 정책 등을 통해 유동성을 늘린 결과로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10.6%의 침체를 보이고 있고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의 감소세를 이어가는 등 실물경기 위축이 여전하다는 것이 박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실물 부문의 개선 없이는 금융시장 회복세에도 한계가 있다"며 "국내외적인 불확실성이 확실히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언제라도 금융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실물경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데도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경기가 일시적으로 반등했다가 침체를 반복하는 더블딥 또는 트리플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은 "경상수지 흑자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며 "수출보다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해 흑자가 늘어나는 것일 뿐 교역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지연…경쟁력 약화 우려
문제는 경기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우리 경제의 장기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구조조정 작업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성장률 하락에 비해 실업이 너무 적게 발생하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량 실업을 방지한 것은 큰 성공이었지만 성장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줄지 않으면 퇴출돼야 할 인력을 남겨두게 되는 비효율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흡한 구조조정이 지난 수년간의 투자 부진과 맞물려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박세일 이사장은 "실물경제 위축에 비해 실업이 적게 발생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건 사실"이라며 "이것이 투자 부진과 겹쳐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수입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자본재 수입이 특히 큰 폭으로 줄고 있다"며 "이는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2~3년 후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농민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도 보호와 지원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덕훈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과도한 지원과 보호는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취약계층 스스로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층 · 연령 간 일자리 양극화
성장률에 비해 실업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고 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청년층과 중장년층 사이에 '일자리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규직과 중장년층의 일자리는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 비정규직 고용은 불안정하고 청년 실업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소득 수준에 따라 살펴보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실업률이 높아지는 양상"이라며 "고용의 양적인 측면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일자리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지적했다. 노동조합 등을 통해 보호를 받고 있는 정규직과 중장년층에 비해 노조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비정규직과 청년층의 고용 사정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송 수석연구위원은 이 같은 일자리 양극화로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념과 계층에 따른 대립에 세대 간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