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 3년내 완쾌" vs "신용카드 홍역 남아"

버냉키 "자본확충 고무적…불확실성 해소"
휘트니 "수익성 취약, 금융주 사지 마라"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 결과가 발표된 이후 월가 장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큰 고비를 넘긴 만큼 조만간 대부분의 은행이 건전성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신용 위축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신용카드 부실로 다시 한번 홍역을 치를 것이란 경계의 소리도 적지 않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1일 애틀랜타연방은행 금융시장 컨퍼런스에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은행들이 자본확충에 나서는 등 고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금융권이 앞으로 2~3년 내 건전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민간에서 자본을 조달하면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웰스파고 모건스탠리 등 대형 은행들은 정부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 이후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해 정부로부터 받은 구제금융을 조기에 갚겠다는 것이다.

자본확충 명령을 받지 않은 US뱅코프,캐피털원파이낸셜,BB&T 등도 이날 일제히 주식 공모를 통한 자본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구제금융프로그램(TARP)을 통해 66억달러를 지원받은 US뱅코프는 공모를 통해 25억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신주 발행과 함께 회사채도 발행할 계획이다. 각각 35억5000만달러와 31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캐피털원과 BB&T도 17억5000만달러와 15억달러가량을 조달하기로 했고,키코프도 7억5000만달러의 자본조달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하루 동안 공개한 4개 은행의 자본조달 규모는 60억달러가 넘는다.

BB&T는 증자와 함께 배당금 지급을 줄여 구제금융을 서둘러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보유 중인 중국 건설은행 지분 중 5.8%에 해당하는 135억주를 싱가포르 테마섹홀딩스 등에 팔아 73억달러를 조달했다고 이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가 밝혔다. 앞서 137억달러와 18억달러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평가받은 웰스파고와 모건스탠리는 주식 및 채권 발행을 통해 각각 86억달러와 80억달러씩을 시장에서 조달했다.

이에 반해 메리디스휘트니어드바이저스그룹 대표로 금융주 분야 월가 간판 애널리스트인 메리디스 휘트니는 이날 CNBC 방송에 나와 "수익성에 비춰 은행주들이 과대 평가됐다"며 "은행주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소비 지출이 늘지 않고 신용 위축이 지속돼 은행의 돈벌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지난 1분기 중 신용카드 공여한도를 2000억달러 줄인 것이 신용 위축의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부실 우려는 은행의 대표적인 잠재 불안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주택시장 붕괴 영향에서 간신히 벗어난 미 은행들이 신용카드 손실로 또다시 난관에 부딪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19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신용카드 손실은 2010년까지 약 82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캐피털원파이낸셜 등의 경우 올해와 내년 신용카드 부문에서 전체 신용카드 대출 중 20%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됐다. 컨설팅업체인 올리버와이먼은 2010년 은행을 포함한 신용카드 사업 전반의 손실이 18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실업자가 증가할수록 신용카드 손실이 불어난다는 점에서 은행 수익성이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