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정부조직개편 눈가리고 아웅

정종태 경제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비상 경제 정부'를 명분으로 내건 정부조직개편이 1년 만에 매듭을 지었다. 끝까지 저항했던 기획재정부도 할 수 없이 뜻을 굽혔다. '대국대과(大局大課)제' 원칙에 따라 조직개편 작업을 지휘해온 행정안전부와 밀고당기기 끝에 12개 과를 없애는 것으로 일단 타협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조직개편으로 사라지게 될 과는 모두 팀으로 이름만 바뀐다. 인력도 전과 동일하다. 이는 재정부만이 아니다. 다른 부처들도 대부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조직개편 흉내만 냈을 뿐 사실상 달라질 것이 없다.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애시당초부터 공감대없이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정부다. 재정부로선 나름대로 반발하는 이유가 있다. "비상체제에서 정부 조직을 다이어트해 행정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경제 위기를 맞아 재정확대 등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조직의 틀을 바꿀 형편이 아니다"(재정부 관계자)는 것이다.

문제는 막무가내식 조직개편에 따라 앞으로 벌어질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당장 12개 과를 없애기로 한 재정부의 경우 '구조조정 대상 부서' 선정을 놓고 내부에서 치열한 로비와 다툼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또 보직과장 자리가 줄면서 팀장급으로 강등될 일부 과장급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 뻔하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하라고 하니 동참은 하지만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람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며 과를 줄이는 대신 밑에 팀을 만들게 되니 과의 업무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대국대과제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공무원 사회는 또 한 차례 술렁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낭비해 경제 위기에 효과적인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면 조직개편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1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정부조직개편은 일단 목표를 정했으니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의 적당주의 그 이상,이하도 아니다. 해외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해 보고받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