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학교용지비 입주자만 봉

강황식 건설부동산부 차장 hiskang@hankyung.com
'공공택지 내 학교용지 땅값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학교용지 특례법'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했다. 송파(위례)신도시나 동탄2지구처럼 앞으로 개발되는 택지개발지구에서는 주택공사,토지공사 같은 공공사업시행자가 초 · 중 · 고등학교 용지비를 100% 부담하도록 바뀐 게 핵심이다.

법 개정으로 공공택지 아파트 입주자들은 '학교 없는 신도시' 걱정을 일단 덜었지만 집 장만할 때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부담을 새로 지게 생겼다. 공공택지의 조성원가가 높아져 아파트 분양가도 평균 5% 안팎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개정된 학교용지특례법은 2006년 7월19일 이후 실시계획승인을 받은 곳까지 소급 적용돼 공공사업시행자가 교육청,지자체와 함께 학교용지비의 3분의 1씩을 추가로 떠안아야 한다. 주공 · 토공이 개발 중인 택지지구 130여 곳이 여기에 해당된다. 인천 청라,김포 한강,양주 옥정 등 웬만한 2기 신도시는 모두 포함된다. 심지어 아파트 입주까지 사실상 끝난 화성 동탄1지구나 작년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판교신도시의 학교용지비까지 사업시행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주공 · 토공 등은 무려 1조8000억원의 부담을 더 짊어지게 됐다.

문제는 소급입법 때문에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자신이 입주할 택지지구 외에 다른 곳의 학교용지비까지 떠안게 생겼다는 점이다. 주공 · 토공이 부담할 추가비용은 결국 개발예정지구의 조성원가에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판교 입주자들이 냈어야 할 돈을 송파(위례)신도시 입주자들이 대신 물어야 하는 구조다. 일부 공공택지는 아파트 분양가 상승폭이 예상치(5%)를 훨씬 뛰어넘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아파트 분양가를 5% 이상 낮추겠다"고 발표했던 국토해양부의 약속은 사실상 지켜지기 어렵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주택공급 감소를 막기 위해 추진했던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어 2~3년 뒤 집값불안 걱정까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로서는 이래저래 속이 쓰릴 수밖에 없게 됐다. 반면 학교용지비 논란의 장본인이었던 지자체들은 '꽃놀이 패'를 쥐게 됐다. 학교용지비 부담은 대폭 줄고,분양가 상승으로 취득 · 등록세 수입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를 예로 들면 소급입법 덕분에 학교용지비 부담이 당초 2조3000억원에서 9300억원으로 줄 전망이다.

더욱이 지자체들이 대폭 줄어든 부담이나마 과연 제대로 이행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개발사업자에게는 개발예정지구내 학교용지비의 100%,소급적용 대상지구의 20~30%를 부담하도록 의무를 지웠지만,지자체 몫인 '3분의 1'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위헌(違憲) 가능성을 지적했던 소급입법까지 강행한 국회나 정부가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초호화 청사 지을 돈은 있어도 학교 지을 돈은 없다'는 변명을 납득할 만한 국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승이라는 덤터기를 쓴 입주자들의 '학교 없는 신도시' 걱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