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찰스 뷰러스에게 일어난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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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신종 플루'의 공포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마땅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데다,나라 밖 곳곳에서 사망자 수도 늘고 있어 그 공포감은 더해가고 있다. 각국은 이번 신종 플루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타날지 모르는 또 다른 변종 인플루엔자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이 나오진 않았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것이다.
체내 면역시스템 시한부환자 회생, 유전자치료제 등 신약개발이 희망
4년 전 한 남성이 겪은 일련의 사건들은 신종 인플루엔자 위협에 맞서 인류가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2005년 5월 찰스 뷰러스는 자신의 복부에 튀어 나온 혹을 발견했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다 11월 고통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고,검사 결과 수술이 불가능한 정도의 간암으로 판명됐다. 주치의는 남은 생을 30일에서 길면 60일로 예상했다. 일을 그만두고 인생을 정리하기 시작한 지 2개월,갑자기 '이상한 현상'들이 몸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열,어지러움과 함께 메스꺼움이 시작됐고 며칠 후 혹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병원에 갔으나 의사들은 암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찰스는 현재까지 암의 흔적조차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실린 기사 내용이다. 불치병인 암이 찰스의 경우와 같이 자연적으로 완치된 사례는 의외로 많다. 놀랍게도 아무도 모르는 사이 몸 안에 암과 같은 불치병이 생기고 자연적으로 없어지기도 한다. 최근 의학저널에 따르면 발병된 유방암의 약 3분의 1이 발견 전에 자연적으로 소멸한다. 불치의 AIDS 바이러스로 알려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사람들은 HIV가 침투해도 AIDS에 걸리지 않는다. 바이오 회사들은 그들을 연구대상으로 해 AIDS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 50년간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들여 개발해온 항암제나 치료제들도 못이룬 이러한 기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답은 우리 모두가 몸 안에 지니고 있는 '면역시스템'이다. HIV가 몸에 침투해도 AIDS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의 몸 속에 효과적으로 HIV를 퇴치하는 면역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면역시스템을 강화시키는 백신들이 평균 수명을 놀라우리만큼 늘려 왔다. 현재 아기들에게 접종하는 백신들이 그러한 메커니즘을 이용한 것이다. 많은 질병의 원인인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 안에 들어오면 몸 자체에서 면역시스템이 작동하며 침략자에 대한 반격을 시작한다. 그러한 작업이 진행될 때 몸에서 열이 나고,거동이 불편해지는 것이다. 감기 바이러스의 침투나 백신주사를 맞은 후에도 이러한 증상을 느낀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의 몸은 그러한 질병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시스템을 구축하고,궁극적으로 소아마비나 뇌성마비와 같은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유전자 치료제도 이러한 면역시스템을 이용하는 백신 및 치료제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500개 이상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유전자 치료제는 면역시스템을 강화시키는 유전자를 투여해 효과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기전이다. 이제까지 1세대 백신은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몸 안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법이었지만,2세대 백신 및 치료제인 유전자 치료제는 몸 자체에서 각각의 질병을 치료 및 예방하는데 필요한 면역시스템을 활성화시켜 더욱 효과적으로 질병에 대응하는 것이다.
질병 치료를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은 우리 몸 속의 면역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다. 찰스를 살린 그의 면역시스템과 같이 우리 모두가 효과적인 면역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유전자 치료제와 같은 차세대 신약개발이 성공해 각종 불치병과 변종 인플루엔자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