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밤비 맞으며 액션연기하니 이상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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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터지 영화 '블러드' 주연 맡은 전지현로맨틱 코미디 '엽기적인 그녀' 등에서 청순 · 발랄한 이미지를 극대화했던 '톱스타' 전지현(28)이 복수심에 이글거리는 여전사로 돌아온다. 다국적 판타지 액션영화 '블러드'(원제 Blood;The Last Vampire · 감독 크리스 나흔)에서 강인한 '뱀파이어 헌터' 사야 역을 맡았다.
사야는 400년 동안 지속된 인류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뱀파이어 사냥에 나서지만 자신도 피를 마셔야 살 수 있는 아이로니컬한 운명의 여전사.홍콩 프랑스 일본이 총 제작비 500억원을 공동 투입해 2년간 중국과 아르헨티나 등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한 이 영화는 다음 달 11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개봉한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사야' 캐릭터에 꽂혀서 출연하게 됐어요. 그런데 처음하는 액션물이어서 촬영 때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또 다른 액션 영화를 제의받는다면 지금 기분을 상기시켜 달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해 놨어요. 참 간사하죠.길다란 액션 한 장면을 찍기 위해 한 달 내내 밤비를 맞으면서 촬영하니 정말 사람이 이상해지더군요. 이상해지고 싶다면 밤에 비맞고 한 달 동안 돌아다니면 됩니다. "
뱀파이어 수장 '오니겐'으로 분한 일본 여배우 고유키와의 결전 장면을 찍던 날,그녀는 계속되는 밤샘 촬영으로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와이어에 매달린 채 대형 크레인에 달린 카메라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데뷔 후 처음이었다.
이런 악전고투를 이겨낸 것은 촬영에 앞서 3개월간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영웅'의 중국 무술감독 위안쿠이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았기 때문.최근 공개된 티저 예고편에서는 능숙하면서도 화려한 검술,공중 날기와 180도 회전 발차기 등 고난도 액션을 거침없이 소화해냈다. "액션물은 언어로 감정을 전달하는 게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언어 장벽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영어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게 여간 이상하지 않았어요. 영어가 맞다고 해도 징그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어요. "
프랑스 감독의 현장 지휘도 우리 식과 너무 달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감독이 연기 지침을 내려주는 한국 식에 익숙해져 있었는데,원래 스타일이 그런지 나흔 감독은 카메라 앞에서 배우에게 연기를 맡겨 버리는 타입이었어요.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
촬영을 위해 아르헨티나와 중국 등으로 돌아다녀야 했던 것도 고단했다. 스케줄에 맞추느라 식사를 제때 챙기지 못한 날도 부지기수.그나마 중국에서 먹었던 복숭아는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맛있는 현지 음식에서 위로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 영화를 계기로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더 좋은 배우로 남고 싶은 욕망도 강렬해진다고.소속사로부터 휴대폰을 복제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지만 최근 재계약했다. "(소속사와) 같이 걸어오지 않았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것이며,이별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가면서 살기로 했어요.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