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니 스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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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대나무 자를 들고 다니며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던 시절이 있었다. 1967년 가수 윤복희씨가 국내 한 호텔 패션쇼를 통해 선보인 '짧은 치마'가 확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나온 처방이다. 단속 이유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저속한 옷차림이라는 것.무릎 위로 15㎝ 올라가는 치마를 입으면 경범죄로 처벌했다.
미니스커트가 탄생한 때는 1963년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터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소신을 갖고 진보적 패션모임을 이끌던 영국 디자이너 메리 퀀트가 처음 만들어냈다. 이후 '패션의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당시 유행하던 히피바람을 타고 단기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여성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미니스커트를 입는 이유는 뭘까. 과감한 자기표현이란 설명에서부터 섹시코드를 매개로 한 상품판매 전략이라는 해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다. 치마길이를 경기상황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정설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독일 문화인류학자 잉겔로레 에버펠트는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동물의 역사에서 대체로 '예쁜 암컷'이 '강한 수컷'을 차지해온 만큼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방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이 "유혹의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 한 성공적인 패션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니스커트가 대유행이다. 2004년만 해도 길이 35㎝ 안팎의 스커트가 주류였지만 2007년 26~27㎝,지난해 25㎝에 이어 올해에는 더 짧아지는 추세란다. 심지어 길이가 한뼘도 안되는 21㎝짜리 초미니가 등장했고 여학생들의 교복 치마까지 올라가고 있는 모양이다.
요즘 패션엔 일정한 공식이 없다. 경찰이 짧은 치마를 단속하던 애매한 시절을 거쳐온 우리지만 이젠 노출을 패션의 한 요소로 인정할 만큼 수용의 폭이 넓어졌다. 문제는 때와 장소,체형을 고려하지 않는 무작정 따라하기다. 미국의 패션 코치 팀 건은 "자신의 특성을 파악하고 사회적 상황에 맞게 입어야 한다"고 했다.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미니스커트를 선택했다면,그리고 분위기와 따로 놀지만 않는다면 충분하다는 조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입느냐가 아닐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미니스커트가 탄생한 때는 1963년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터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소신을 갖고 진보적 패션모임을 이끌던 영국 디자이너 메리 퀀트가 처음 만들어냈다. 이후 '패션의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당시 유행하던 히피바람을 타고 단기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여성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미니스커트를 입는 이유는 뭘까. 과감한 자기표현이란 설명에서부터 섹시코드를 매개로 한 상품판매 전략이라는 해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다. 치마길이를 경기상황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정설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독일 문화인류학자 잉겔로레 에버펠트는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동물의 역사에서 대체로 '예쁜 암컷'이 '강한 수컷'을 차지해온 만큼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방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이 "유혹의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 한 성공적인 패션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니스커트가 대유행이다. 2004년만 해도 길이 35㎝ 안팎의 스커트가 주류였지만 2007년 26~27㎝,지난해 25㎝에 이어 올해에는 더 짧아지는 추세란다. 심지어 길이가 한뼘도 안되는 21㎝짜리 초미니가 등장했고 여학생들의 교복 치마까지 올라가고 있는 모양이다.
요즘 패션엔 일정한 공식이 없다. 경찰이 짧은 치마를 단속하던 애매한 시절을 거쳐온 우리지만 이젠 노출을 패션의 한 요소로 인정할 만큼 수용의 폭이 넓어졌다. 문제는 때와 장소,체형을 고려하지 않는 무작정 따라하기다. 미국의 패션 코치 팀 건은 "자신의 특성을 파악하고 사회적 상황에 맞게 입어야 한다"고 했다.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미니스커트를 선택했다면,그리고 분위기와 따로 놀지만 않는다면 충분하다는 조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입느냐가 아닐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