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타면 '하나은행 갑시다' 당당하게 말하라"

김정태 행장, 직원들에게 실전 노하우 전수
"나이 든 고객엔 손자 선물…대화는 옆자리서"
"명함을 받으면 지갑에 바로 넣지 말고 셔츠 주머니에 넣어라.상대방을 가슴에 품고 진심으로 대하라는 뜻이다. "

은행권에서 '영업의 달인'으로 통하는 김정태 하나은행장(사진)이 직원들을 위한 '실전 영업 특강'에 나섰다. 경영 환경이 안 좋을수록 영업을 적극적으로 해야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불황을 정면 돌파할 수 있다는 평소 지론에 따른 것이다. 김 행장은 지난 11일 저녁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가며 30년 은행 근무를 통해 터득한 영업 비법을 직원들에게 전수해 줬다. 김 행장은 1998년 본점에서 중소기업부장,2002년 지원본부장을 지낸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 영업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역본부장 시절에는 "점심은 경상도에서 먹고 저녁은 전라도에서 먹는다"고 할 정도로 현장을 부지런하게 누볐고 외환위기 때에는 부산 서면지점장으로 있으면서 부산 지역 내에서 유일하게 실적 향상을 이뤄내기도 했다.

김 행장이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은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라는 것.그는 "은행원은 고객의 재산을 내 재산보다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며 "상품이 아닌 나 자신을 판다는 자세로 영업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고객과 대화할 때는 앞자리가 아닌 옆자리에 앉는 것이 좋고 60대 이상 고객을 만날 때는 손자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을 준비하라는 등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일러줬다.

자신감과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말도 여러 차례 했다. 김 행장은 적극적인 태도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육일약국 갑시다'라는 책을 언급했다. 메가스터디 엠베스트의 김성오 사장이 경남 마산에서 작은 약국을 하던 시절 택시를 탈 때마다 "육일약국 갑시다"라고 말해 약국을 유명하게 만들었다는 일화가 담긴 책이다. 김 행장은 "아마 우리 직원들은 택시에 타면 하나은행 본점 가자고 말하지 않고 롯데호텔 맞은편으로 가자고 할 것"이라며 "그러면 안 되고 당당하게 하나은행으로 가자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직원들을 상대로 한 강의에 직접 나선 이유에 대해 "불황이라 영업이 잘 안 된다며 힘들어 하는 직원들이 많은데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위험 관리가 중요한 때에도 영업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험 관리는 재무제표를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영업을 하기 위해 현장을 많이 다녀야 고객의 신용도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매년 15~20%의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빠져나간다"며 "고객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영업으로 매년 20% 이상의 신규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분기에 사상 최대 적자를 내는 등 경영실적이 악화되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도 강의에 담겨 있다. 그는 "최근 전산 시스템을 교체하고 새로 나온 주택청약종합통장을 판매하느라 직원들의 수고가 많았다"며 "2분기에는 반드시 흑자가 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 행장의 특강은 오는 15일까지 매일 진행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