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키코 1년 '아직도 진행형'

손성태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mrhand@hankyung.com
"은행 직원의 말을 듣고 가입한 키코가 아직까지 우리 회사의 목줄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던 한 중소기업 사장의 하소연이다. 원 · 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졌다지만 키코약정환율이 900원대였던 만큼 손실액은 중소기업이 감당할 범위를 넘어선다. 월 100만달러 규모로 키코에 가입한 이 회사는 계약기간이 1년 남짓 남아 있어 약정환율 941원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에만 은행에 70억원 이상을 입금해야 할 판이다. 법원에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을 냈지만 이마저도 '말짱 도루묵'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법원은 키코 피해기업들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소송을 기각하거나,피해기업들이 감당할 수 없는 중재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법원 민사50부는 10건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 7개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고,3개 업체에 대해서만 부분 인용결정을 내렸다. 특히 부분 인용결정에 기업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담당 재판부는 환위험 관리 능력이 부족한 피해기업들에 설명의무 등을 위반한 은행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키코 계약 자체는 하자가 없다며 기업들이 당시 시장환율의 130%를 부담해야 한다는 요지의 중재안을 냈다. 그렇지만 당시 시장환율 130%를 적용하면 손실액이 현재 환율 대비 크게 줄지 않는다는 것이 피해기업들의 불만이다.

252개 키코 피해기업들로 구성된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계약 당시 4% 정도의 환율변동성을 적용해 판매한 키코상품에 대해 법원이 30% 환율변동성을 적정마진으로 인정한 셈"이라며 법원에 즉각 탄원서를 냈다. 공대위 측은 현재 법원 중재안을 수용할 경우 252개 기업의 키코 손실액만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키코 사태는 발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키코 손실을 영업외 손실로 턴 기업은 극소수일 뿐 대부분은 키코로 인한 도산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만약 오는 16일로 예정된 본안소송이 지리한 법리공방으로 시간을 끌면 기업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법원은 키코기업의 고통을 덜기 위해 신속히 판결을 내리고 정부는 구체적이고 신속한 금융지원책을 실행에 옮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