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경기 회복 여부 "6월이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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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화학 선전 '재고 채우기' 반짝효과일수도"경기회복의 고비는 6월이다. 지금 팔리는 물량은 지난해 말 급격하게 줄인 재고를 다시 채워 넣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 "최근 들어 반도체 구매가 일어나고 있지만 이것이 진짜 수요(real demand)인지,소진된 재고물량을 단순히 확보(restocking)하는 차원인지 아직 알 수 없다.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
美·유럽 휴가시즌 시작 다음달이 분수령 될 듯
환율효과 등에 힘입어 1분기 실적을 선방한 수출기업들 사이에 '6월 고비설'이 확산되고 있다. 수출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에 들어갈 것이냐 여부는 6월을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것.전망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부품→완제품→유통점→최종 소비자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value chain)' 전 분야에 아직 의미있는 신호를 감지할 수 없다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6월은 또 해외 주요 세트(완제품)기업이나 대형 유통점들의 재고가 소진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만약 재고가 쌓여버린다면 올 하반기 수출확대 전략은 무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게 수출업계의 우려다.
◆실수요냐,가수요냐
지난 1분기를 기점으로 주요 기업들의 사업 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해 4분기 49%에 불과했던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평균 가동률이 1분기 말 60% 선으로 회복했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주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업체들의 3,4월 매출도 연초에 비해 30%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기업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아직 소비심리 회복을 확신하지 못하는 탓이다. 박종우 사장은 "6월 말이 지나봐야 상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6월부터,미국은 7월부터 휴가 시즌을 맞는데 이때 수요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오현 사장이 최근 "반도체 시황이 바닥을 쳤다는 징후가 일부 있지만 본격 회복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 사장은 "지난해보다 감소한 PC와 휴대폰 수요가 살아나야 반도체 경기의 본격 회복을 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LCD부문 관계자는 "최근 생산라인이 완전가동에 들어간 것은 올해 초 주요 TV 업체들이 수요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최소화했던 재고를 다시 채우고 있는 데 따른 측면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도 '가수요' 걱정
'재고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은 석유화학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한때 50%까지 떨어졌던 유화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최근 거의 100%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하반기 일제히 감산에 돌입했던 중국 석유화학업체들이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등의 화학원료를 앞다퉈 사들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유가와 연동되는 원료를 미리 쌓아두려는 해외 거래선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요 거래선들의 재고 확보가 끝나는 3분기부터다. 한 관계자는 "세계 경기회복 속도가 더딜 경우 하반기부터 중국 등 주요 해외 거래선들이 다시 주문을 줄이고 재고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3분기가 올해 전 세계 석유화학 경기를 가늠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세 감면 끝난 뒤엔…
자동차 업계도 최근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지만 표정은 밝지 않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하순부터 소형차와 일부 신차 공장을 중심으로 잔업과 특근을 시작했다. GM대우자동차도 이번주부터 공장별로 주당 1~2일씩 근무 일수를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노후차량 교체분에 대한 정부의 세금지원이 시작된 덕을 보고 있다"며 "일부 지점은 지난달보다 두 배가량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의 고민 역시 6월 이후의 시장상황이다. 한시적인 개별소비세 30% 감면 조치가 오는 6월 말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송형석/이상열/이정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