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대사 Tea&Talk] 스테파너스 스쿠만 남아공 대사

"한국 문화예술 언어장벽에 가려져 안타까워"
"201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결승에서 한국과 남아공이 붙었으면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대회 운영 방법 등은 전수했는데,아직 4강 가는 비법은 배우지 못했어요. "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사관에서 만난 스테파너스 요하네스 스쿠만 주한 남아공 대사(64)는 월드컵 이야기에 신이 났다. 2002년 한 · 일월드컵 당시 싱가포르대사를 지낸 그는 "한국의 월드컵 경험을 배우기 위해 남아공에서 부통령과 스포츠장관,월드컵조직위원장 등이 대거 방한했었다"면서 "한국이 성공개최의 비법은 가르쳐줬는데 월드컵 4강 비결은 '특급비밀'인지 알려주지 않더라"며 웃었다. 이어 "남아공과 한국이 나란히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했으면 한다"며 "하지만 나는 남아공 사람인 만큼 2-1로 남아공이 이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05년 7월 부임 당시 북한 핵 위협 뉴스 때문에 걱정을 많이했다는 스쿠만 대사는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면서 "최근 양국 간 교역도 늘고 학생 교류도 활발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으며 현대 · 기아차와 LG에어컨,전자레인지 등도 남아공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 가회동에 살아 인사동 등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자주 접한다는 그는 "한국에는 훌륭한 영화와 드라마,각종 예술작품이 있지만 언어장벽 때문에 외국인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게 참 아쉽다"고 전했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갈비구이와 갈비찜을 꼽은 스쿠만 대사는 "한국 갈비찜과 비슷한 포이키코스라는 전통요리가 있는 남아공에서 갈비 레스토랑을 하면 대박이 날 것"이라며 "남아공산 포도주 외에 다양한 식재료를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지방 보양식인 타조고기,영양의 일종인 쿠두 및 스프링벅,카페인이 없는 약초차 루이보스티 등을 추천했다.

한국 생활 4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정도밖에 못한다는 그는 "하지만 골프장에선 캐디의 말을 못 알아들으면 나만 손해"라며 "이젠 '앞바람'이란 단어가 들리면 골프채를 바꾸고 '오른쪽''직진' 같은 말은 완벽하게 알아듣는다"고 농담도 했다. 이어 "남아공은 겨울이 춥지 않은데다 골프장 이용료도 50달러 정도인 수준급 골프장 400개가 있다"며 한국인 골퍼를 유혹했다. 스쿠만 대사는 "남아공이 한국전에 참전한 이래 양국 간 우호관계는 확고했다"며 "남아공의 천연자원과 한국의 첨단기술이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는 만큼 양국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치적 안정을 확립한 남아공은 이제 시골에 '새마을운동'을 도입하려는 등 한국의 고속성장 노하우도 배우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글=김동욱/사진=양윤모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