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나들이] 원망하던 아버지가 '로또'에 당첨됐다면…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썩썩 썩을놈 썩을놈 석봉이/죽죽 죽일놈 죽일놈 주봉이.'(종가집 친척들이 3년 만에 고향을 찾은 형제가 싸우는 모습을 보며 부르는 노래)

종가집 두 형제 석봉과 주봉이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고향집을 찾는다. 안동 이씨의 종가집을 지키던 아버지와는 3년 동안 인연을 끊은 상황.석봉은 주식투자 등으로 가산을 탕진한 서른여섯의 백수이고,주봉은 고시를 핑계로 세월만 보내는 무기력한 인물.이들은 아픈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지 않아 죽게 내버려뒀다는 이유로 그동안 아버지를 원망해왔다.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미모의 여인 로라로부터 아버지에게 '당첨된 로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집안을 뒤지며 벌어지는 상황을 다뤘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세대 간 화합을 이루는 내용으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인데도 랩,힙합,보사노바,자이브 등 신나는 음악과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코믹 연기가 더해져 경쾌하게 다가온다. 초반 1시간은 웃느라 정신이 없고 후반부는 반전과 더불어 가슴찡한 감동으로 채워지는 가족뮤지컬의 공식을 잘 따른 작품.장면의 전환이 많아 산만한 것이 아쉽지만 마음 편히 웃고 즐기기엔 그만이다.

2008년 3월 초연된 이 작품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공연에 이어 삼성동의 코엑스 아티움(808석) 개관작으로 선정돼 세 번째 공연을 하게 됐다. 석봉 역에는 정준하와 이석준이 캐스팅됐다. 로라 역을 맡은 이주원의 1인 2역과 가창력이 돋보인다. 7월12일까지 코엑스 아티움.3만5000~6만원.(02)738-8289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