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슬럼프 듀발 "60타대 얼마만이냐"

美PGA투어 텍사스오픈 1R, 27개월만에 처음…
공동 8위, 7년만에 '톱10' 들지 관심
'66타를 친 것이 얼마만이냐!'

한때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지만,2003년 이후 6년여 동안 슬럼프를 겪고 있는 데이비드 듀발(38 · 미국)이 모처럼 66타를 쳤다.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라칸테라CC(파70)에서 열린 미국 PGA투어 발레로텍사스오픈 1라운드에서 기록한 스코어다.

그가 한 라운드 66타를 친 것은 2007년 1월 말 뷰익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이후 27개월여 만이자 93라운드 만이다. 60타대 스코어를 낸 것도 지난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 2라운드(69타) 이후 15라운드 만에 처음이다.

프로골퍼가 66타를 친 것이 화제가 되는 것은 듀발이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있었던 탓이다. 듀발은 한때 타이거 우즈와 세계 정상을 다퉜던 선수로 1999년엔 '18홀 최소타수'인 59타를 기록하면서 14주 동안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2001년에는 브리티시오픈 우승까지 차지했다. 1997~2001년 5년 동안 메이저대회 1승을 포함해 미 PGA투어 13승을 거뒀던 듀발은 허리 손목 등의 부상이 겹치며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브리티시오픈 우승을 끝으로 더 이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듀발은 2002년에 '톱10'에 두 차례 든 것을 끝으로 10위권 이내에 한 번도 들지 못했을 정도였다.

올해도 10개 대회에 출전해 커트 탈락 7차례,기권 1차례로 겨우 두 대회에서만 상금을 받았다. 그런 듀발이 이번 대회 첫날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를 치며 공동 8위에 오른 것이다. 듀발이 이번 대회에서 10위 내에 들 경우 2002년 인벤시스클래식(공동 6위) 이후 7년 만의 '사건'이 된다.

선두와 3타차인 듀발은 이날 드라이버샷(정확도 57.1%,평균거리 281.5야드)은 그저그랬지만,아이언샷(그린적중률 77.8%)과 퍼트(홀당 1.643개,총 28개) 감각은 전성기 때 못지 않았다. 모처럼 상위권에 오른 '흥분'을 얼마나 절제하느냐에 따라 커트 통과 여부가 결정되고,나아가 부활 조짐도 가늠해볼 수 있을 듯하다. 첫날 선두는 7언더파 63타를 기록한 폴 고이도스,저스틴 레너드(이상 미국)다. 이 대회에서만 세 차례 우승한 텍사스 토박이 레너드는 '노 보기'에 '스크램블링'(그린을 놓친 홀에서 파를 세이브하는 확률) 100%의 무결점 플레이를 선보였다.

한국(계) 선수들 가운데서는 지난해 공동 2위를 차지했던 위창수(37 · 테일러메이드)가 2언더파(버디4 보기2) 68타의 공동 32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