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외교 공로‥한국인 첫 대만경제훈장

백용기 거붕그룹 회장 "단교 아픔 겪는 친구에 다리 역할"
"한국과 대만 간 민간외교에 앞장선 데 고마움을 표시한다"(마잉주 대만 총통),"양국 간 경제무역 창구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인치밍 대만 경제부 장관).

지난 14,15일 이틀간 대만 정계는 물론 재계의 리더들은 한 한국 기업인을 극진히 환대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거제 백병원과 경기도 화도중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는 백용기 거붕그룹 회장(49)이 그 주인공.한 · 대만 간 민간교류 활성화를 겨냥해 2002년 발족된 서울타이베이클럽의 수석 부회장을 맡아온 백 회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대만 경제전문 훈장을 받았다. 대만 경제전문 훈장은 대만 경제부가 자국 경제에 공헌한 외국인 기업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기존의 3개 등급 훈장을 통합해 만든 것이다. 백 회장은 "1992년 한국과의 단교로 슬픔을 맛본 옛 친구(대만)와 민간교류가 지속되도록 다리를 놔준 것밖에 없다"며 겸손해했다.

대만 정부는 총통(대통령)에서부터 국회의장격인 입법원장과 경제부 장관,외교부 차관 등이 일일이 환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때 대만 최대 갑부였던 원로 기업인인 쿠롄쑹 중국신탁그룹 회장과 최대 건설업체인 위안슝그룹의 차오텅슝 회장도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백 회장을 양자로 삼은 쿠 회장은 부인과 함께 나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행을 맞았다. 이민호 KOTRA 타이베이 무역관장은 "한국의 기업인을 대만 정계와 재계의 최고 실력자들이 이처럼 환대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백 회장이 대만과 인연을 맺은 건 1980년대 후반 당시 주한대만대사관에 근무하던 무관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후 1년에 두세 차례 민간교류단을 이끌고 대만을 찾아 민간외교사절 역할을 자임했다. 또 대만 정 · 재계 인사들이 방한하면 언제든 달려가 이들과 변함없는 우정을 쌓아왔다. 이번 민간교류단에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안무를 총괄했던 채향순 중앙대 교수가 동행해 살풀이 춤 등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마잉주 총통이 양안(兩岸 · 대만과 중국) 관계 개선으로 한국과 대만 간의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하더군요. 저는 우정과 상호 신뢰,그리고 잦은 왕래 등 한국과 대만판 '3통'을 이루자고 제안했습니다. " 백 회장은 "양안 간 경제동맹을 한국에 위협이 아닌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대만의 영업력,한국의 기술력,중국의 시장과 노동력을 결합하면 3자 합작모델을 통해 국공합작 효과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이베이=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