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나이는 똑같아도 10년 젊어보인다면? 노화에도 유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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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형 : 고혈압ㆍ고혈당ㆍ간기능 이상 보여, 뇌심혈관질환ㆍ당뇨합병증 발생
수분형 : 지방보다 수분 상대적으로 높아, 심장ㆍ신장ㆍ산장 기능 정상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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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막대 들고,또 한 손에 가시를 쥐어,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은 막대기로 치렸더니,어느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노화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가는 세월을 막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인간 수명이 지난 100년 동안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불로장생의 욕망을 과학의 힘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대표적인 항노화의학은 세월의 흔적인 '나이'를 정확히 측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절대적인 시간 나이(chronological age)는 생년월일만 알면 나오지만 얼핏 보기에도 10년은 젊어 보이는 이와 10년이나 더 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누구나 자신의 상대적인 건강 나이(혹은 생체나이:biological age)가 얼마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보통 35세를 넘으면 온 몸에서 노화가 시작된다. 노화에 따른 신체기능 저하는 기억력,운동신경 반응속도,시력,청력,판단속도,민첩성,촉각,폐활량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나며 이들 지표를 정확히 측정해 공식에 넣으면 '생체나이'가 산출된다. 생체나이의 개인차는 유전인자,환경,식습관,운동,생활습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피부 노화의 주범은 잘 알려진 대로 햇빛이다. 사우나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나이를 햇빛에 노출되지 않은 속살만으로는 가늠하라면 매우 어려울 것이다. 단 사우나에서 나온 후 양말을 신을 때 서서 신으면 30대,앉아서 신으면 40대라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우 정확한 노화 측정방법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노화로 균형감각이 무뎌지면 한 발로 서서 균형 잡고 양말을 신기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이 밖에 간단하게 자신의 생체나이를 미뤄 짐작해볼 방법이 많다. 신문 활자를 또렷이 읽을 수 있는 거리가 15㎝이면 20대,25㎝이면 40대,33㎝이면 60대임을 가늠할 수 있다. 피부를 집게손으로 5초 정도 꼭 쥐고 있다고 놓았을 때 피부가 원 모습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1초면 20대,3초면 40대,10초 이상이면 60대,30초 이상이면 70대라고 추정할 수 있다. 최신 항노화의학은 좀 더 정교한 생체나이 측정을 위해 고도의 의학적 기법을 사용한다. 심폐기능,혈중 성장호르몬 및 성호르몬 농도,의학영상 촬영,반응속도,감각계 평가,신경인지 검사,판단속도 측정을 통해 개인별 생체나이를 측정하고 그에 맞는 노화방지 맞춤처방을 제공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생체나이에 대한 정설은 정립되지 않아 의사마다 자기의 경험과 노하우에 입각해 생체나이를 매기고 있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대단위 인원에 대한 정밀 측정 데이터를 생성하고 분석하는 게 가능해졌다.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실은 서울대병원에서 정밀건강검진을 받은 10만명과 일반 진료를 받은 50만명의 대용량 자료를 분석함으로써 노화과정의 유형이 크게는 2가지,작게는 4가지로 분류된다는 가설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유형별로 다른 맞춤형 항노화 처방이 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노화의 유형은 크게 지방형과 수분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지방형은 대체로 검사 소견상 고혈압,고혈당,간기능 이상,신장기능 이상을 많이 보이며 상대적으로 생체 수분함량은 적고 지방 함량은 높은 유형이다. 다양한 대사증후군(복부비만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고인슐린혈증 동맥경화 등이 서로 영향을 미쳐 이를 방치할 경우 결국 뇌심혈관질환이나 당뇨합병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음) 소견을 보인다. 수분형은 지방 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분 함랑이 높고 검사소견상 심장 신장 간장 등의 기능이 정상치를 유지하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유형이다.
지방형의 노화과정은 다시 대사증후군형,경도 비만형,마른 비만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대사증후군형은 수분에 비해 지방함유량이 매우 높아 심한 수준의 고혈압,고혈당,간기능 이상,신장기능 이상을 보이지만 조혈기능과 시각 청각 등 신경감각기능은 양호한 편이다.
경도 비만형의 경우 수분 함량은 보통 정도이지만 지방 함량은 다소 높은 유형으로 혈중 지방과 혈당량은 높으나 간기능 등 나머지 대사기능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이상소견 정도를 보이는 형으로 대사증후군형과 달리 시각 청각기능의 저하를 보인다. 마른 비만형은 체내 지방 함량은 정상치를 보이나 수분 함량이 매우 낮고 불안정한 조혈기능 및 빈혈,혈중 저단백질 현상을 흔히 나타내고 시각 청각 등 신경감각기능의 현저한 저하를 보인다.
대사증후군형은 다른 유형에 비해 조기에 간기능,신장기능의 저하와 고혈압 고혈당 대사증후군의 악화가 진행된다. 따라서 대사증후군형에 속하는 사람은 식사요법과 운동처방을 통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이들은 다양한 대사증후군 소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생체활력이 왕성하고 시각 청각 등 감각기능도 양호한 편이라서 자신이 건강을 과신하고 돌보는 것을 게을리할 수 있기 때문에 체질개선이 노화방지에 매우 중요하다.
경도 비만형의 일반적인 특성과 처방은 대사증후군형의 경우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유형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대사증후군형으로 빠져들어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고 반대로 비교적 건강한 삶을 살 수도 있는 유형으로 판단된다.
마른 비만형은 겉으로는 체형도 날씬한 편이고 각종 검사수치도 정상이어서 간과하기 쉽지만 실제는 빠르게 노화가 진행되는 유형이다. 신장기능 및 조혈기능,신경감각기능의 저하가 두드러지게 진행되는 편이며 심폐기능이 약하다. 무작정 다이어트하기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을 마련해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게 필요하다. 무리한 운동보다는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한 체력 강화가 필요한 유형이다. 호르몬 계통의 불균형을 조절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처방의 하나다.
수분형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노화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좋은 유전적 자질을 타고났거나 성실하게 자신의 건강을 관리해온 유형의 사람들이다. 흔히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얘기를 듣는 사람이 이에 속한다. 과도한 음주 흡연 등을 삼가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면 성공적인 노년을 맞을 수 있다. 간략히 네 가지 유형만 소개했지만 좀 더 세분화된 평가도 가능하다. 별도의 검사를 해보지 않더라도 자신의 건조한 정도(수분 함유량),기름진 정도(지방 함유량),신경감각계통의 활성도를 미뤄 짐작한다면 어느 정도의 유형화가 가능하다. 물론 생체호르몬, 간기능이나 신장 기능 등의 세분적인 평가가 보완돼야 하지만 말이다. 기존의 생체나이 측정은 시간 나이에 비해 자신의 건강상태가 얼마나 더 젊거나 늙었나를 비교해보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피검자의 현재를 진단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미래에 어떤 노화 패턴을 보일 것인가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화의 다양한 유형을 세분화해 미래의 어떤 모습으로 노화될지를 예측한다면 더 나은 맞춤형 노화방지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실장,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