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라뱃길'에 RS선박 띄워야할 이유

용산~상하이 연결 운하경제성 키워, 녹색 물류경쟁력 강화하는 지름길
이영길
지난 6일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의 새이름) 현장보고회를 열면서 경인운하는 이제 서해와 한강을 잇는 뱃길 사업으로 본격 추진하게 됐다. 국내 최초로 추진되는 경인아라뱃길의 사업취지 가운데 물류개선이 큰 축을 차지하고 있듯이,과연 어떤 선박이 다닐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그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커지고 있다.

경인 아라뱃길을 운항할 예정인 RS(River-Sea)선박은 이번 사업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알려지게 됐으나,유럽에서는 이미 수십년 전 개발돼 강과 바다의 겸용수송 수단으로 활발하게 이용돼 왔다. 기존 2000~3000t급 RS선박은 강,하천,운하와 같은 내륙수로와 연안 또는 근해노선을 운항하는 겸용선으로 내륙수로운항과 연근해 운항에 모두 맞는 제원을 가지고 있다. 초기 RS선박은 늘어난 화물을 처리하고 환적 및 체선을 줄이기 위해,혹은 제 시간에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개발됐으며,최근에는 내륙수로 운항이 활발한 유럽,러시아,중국 등에서 각각의 항로 특성에 적합한 다양한 형태로 건조 및 설계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2800㎞에 이르는 장강 대수로를 개발하기 위한 '장강 황금수로'정비사업을 국가 중점정책으로 확정해 추진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시행되는 이 사업에는 항로준설,RS선박을 비롯한 선박의 표준화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상하이로부터 난징,우한 및 산샤댐 갑문을 통과해 충칭에 도달하는 2500㎞ 수로는 대부분 수심이 얕아 기존 컨테이너 선박은 통항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장강 대수로 인근 산업단지 분포를 보면,상하이로부터 상류 386㎞에 위치한 난징항 주변에는 일본 · 유럽 및 미국계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LG전자,한국타이어 등이 대규모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으며,상하이로부터 1058㎞ 상류에 위치한 철강 등 중공업도시인 우한은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물류 집산지이기도 하다.

현재 장강 대수로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컨테이너는 바지선에 의해 상류의 충칭 지역에서 상하이 등으로 운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선박설계연구소 등은 이 같은 환적과정 없이 한국 및 일본에 곧바로 운송하기 위해 RS선박에 대한 설계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미 중국 신강조선소에서는 러시아 해양설계국(MEB)에서 설계한 3600t급 RS선박이 현재 건조 중에 있다. 세계 각국에서 이렇듯 RS선박을 활용한 뱃길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물류비용을 절감하며 물류체계 개선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도로 운송량을 흡수해 도로의 체증과 교통사고를 줄이며,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환경오염이 월등히 적어 세계적 트렌드인 녹색성장의 기반을 선점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인 아라뱃길 통항을 위해 4000t급 RS선박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RS선박은 중국의 사례와 같이 에너지 소모가 적어 친환경적이며,연료소비량당 운송량이 커 운송비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일부에서 RS선박의 경쟁력을 문제 삼고 있다. 과연 연근해용 RS선박이 한강을 거쳐 서해바다를 건너 중국 내륙 깊숙한 곳까지 갈 수 있느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조선 강국이다. 이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유럽이나 중국이 개발한 RS선박 이상의 최적의 선박을 만들 기초여건이 돼 있다는 얘기다. 경인 아라뱃길 사업은 더이상 소모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국가적인 물류체계 개선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돼 한국이 선도적으로 RS선박으로 중국과 일본의 내륙 곳곳을 연결할 수 있도록 국론을 모아야 할 때이다. 그것이 물류경쟁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