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변절자'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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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 사회부 차장 kbi@hankyung.com소설가 황석영씨의 갑작스런 '변절'로 시끌하다. 해묵은 이념논쟁에 불이 댕겨졌고 특별히 한쪽은 난리다. 대표적인 진보지식인인 그가 알타이문화연합이니 평화열차세계작가포럼이니 하며 현 정부에서의 일정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급변하고 있고 나이가 들면서 사람의 생각도 변하게 마련이다. 변절자라는 꼬리표를 붙이자면 어디 황씨 한 명뿐일까.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국민들은 진보니 보수니 그런 데 관심이 없다"며 이념과의 결별을 촉구하고 나선 형국이다. 한 달여 경기도청을 출입하면서 '서울촌놈'이 새롭게 발견한 변절자가 있다. 바로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시간이 좀 흐르긴 했다. 하지만 그의 변신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최근 행보들을 따라가다 보면 도루코 노조위원장 등을 지내며 투쟁의 선봉에 섰던 노동운동가의 흔적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지난 15일 경기 여주군 세종국악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4대강살리기 경기지역설명회가 열렸는데 앞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으로 분위기를 험하게 잡아갔다. 하지만 김 지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가 한 축사의 일부다. "저는 국회에 있을 때 영월 동강댐 막는 걸 반대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지사로 취임하던 해 8월 한강통제소에 애걸복걸한 적이 있습니다. 홍수로 여주가 잠기지 않도록 충주댐 여는 것을 2시간만 늦춰달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런 난리가) 영월 동강댐을 안 만들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자연은 내버려두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 관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
환경단체에 대한 비판도 거침이 없다. "서울 강서구 계양 일대 한강수위가 댐보다 10m나 높아 준설을 해야 하는데 환경단체가 반대했습니다. 철새가 앉을 곳이 없다며 반대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경기도는 도쿄의 4배입니다. 철새 앉을 데는 너무 너무 많습니다. 철새가 더 중요하다면 철새랑 어디가서 잘 사시면 됩니다. 기업인들은 저에게 철새의 반만큼만 생각해 주시라고 얘기합니다. " 김 지사는 서울대 B,C 교수로부터 종속이론을 배웠다고 했다. 그들의 가르침 아래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했고,자동차공장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시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포스코도 안 만들고 중화학공단 안 만들었다면…. 지나고 보니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맞았죠.유수한 경제학자도 틀렸고 그 제자인 저도 틀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의 좌편향 시각은 한국 경제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진보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정됐다. 규제완화에 올인하는 모습은 우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우리나라에는 산이 굉장히 많은데 무슨 또 그린벨트가 필요한가","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인데 기업을 도와주는 일은 하지 않고 마치 자기들(정부)이 일자리 만드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 등등.3년간 도지사를 지내며 그가 쏟아놓은 친기업적 어록들은 수도 없이 많다.
민주노총의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죽창을 휘두르는 등 지도부의 투쟁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변절자 소리를 듣더라도 조합원들과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데 너무 늦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