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수익은 커녕… 이런 상가사면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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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낙찰가율 50% 이하' 133건 살펴보니8억5000만원을 주고 사들인 상가의 시세 차익이 -86%.믿기 힘들 수도 있지만 경매시장에서 지난달 23일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감정가 8억5000만원의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뉴코아중동백화점 701호(166㎡)가 1억2116만원에 낙찰된 것.
최근 수익용 부동산인 상가에 대한 투자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상가 투자 옥석가리기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사장은 "상가의 가치는 임대수익에 따라 결정되므로 임대가 안되거나 수익이 낮은 상가의 가치는 떨어진다"면서 "시세 차익이 줄면 전세를 주거나 본인이 거주할 수 있는 집과 달리 하방경직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은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과 함께 서울과 수도권에서 최근 한 달간 50% 이하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로 낙찰된 사례 133건을 분석,실패한 상가 투자의 요인을 찾아냈다.
◆테마상가,주상복합 상가는 일단 주의
한때 붐을 일으켰던 테마상가(패션 한약처럼 한 품목을 취급하는 쇼핑몰)와 주상복합아파트 내 상가는 일단 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찰가율 50% 이하 상가 133건 중 테마상가는 34건,주상복합 상가는 21건에 이르렀다. 서울 동대문의 '헬로에이피엠'이 1억4000만원에 4650만원(낙찰가율 33%)으로 낙찰됐으며 종로구 피카디리플러스 17%,중구 하이헤리엇 19%,일산 올리브쇼핑몰 19% 등 반의반 토막 이상 난 상가도 많았다. 선종필 사장은 "동대문 밀리오레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테마쇼핑몰 치고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없다"며 "건물 전체가 하나의 상권으로 묶이다보니 한번 소비자들이 외면하면 개별 영업주가 아무리 노력해도 상가가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주상복합 상가 역시 서울 강남구의 삼환 아르누보 3층이 감정가 5억원에 1억9620만원에 낙찰됐으며 용산구 신성미소시티 39%,구로구 현대파크빌 33% 등으로 낙찰가율이 낮았다.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전체 연면적의 30%까지를 상업시설로 하도록 한 규정 때문에 입주 가구수에 비해 상가가 과잉 공급된 것이 원인이다. 도로변에 노출되지 않고 상가동 안쪽에 자리잡은 곳에서는 대거 공실이 났거나 턱없이 낮은 가격에 임대됐다.
◆중심상권 바깥이면 썰렁
주택지 주변의 근린상가에 투자할 때는 중심상권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중심상권만 벗어나도 슈퍼마켓과 학원,식당 등으로 영업 업종이 급격히 줄어들어 임대 수요도 줄기 때문이다. 전철역 인근 상권에 대한 집중도가 심한 경기도 안산이 대표적인 예로 중심상권에서 벗어난 8건이 경매에서 낙찰됐다. 감정가 9억1600만원이었던 단원구 원곡동의 남양상가 1층 116호가 3억3150만원에 낙찰되는 등 30~40%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감정가는 18억원이지만 7억원에 낙찰된 용인 수지구 상현프라자는 가까운 분당과 죽전에 백화점이 입주하는 등 대형 상권이 들어서면서 인근 상권이 쇠락해 투자 가치가 하락한 예다. 용인 기흥의 언남프라자 역시 중심상권이 입주 당시보다 100m 멀리 이동하면서 임대 가치가 떨어져 19개 상가가 한꺼번에 경매에 나왔다. 래미안2공인 관계자는 "처음에는 인기가 높았는데 상권이 바뀌면서 정상적인 매매로는 거래가 안돼 분양받은 사람들의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파트 상가라고 다 잘되나
아파트 내 상가라고 하더라도 배후 가구수에 비해 상가가 지나치게 많으면 투자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종로구 쌍용아파트 상가는 37%,안산 상록구 신안아파트 상가는 33%의 낙찰가율에 매각됐다. 영업 가능 업종이 제한돼 있는 상가도 피하는 게 좋다. 체육시설로 규정돼 상가의 70%를 체육용품업체로 채워야 하는 수원 장안구의 라이프스포츠가 단적인 예다. 9건이 경매에 나와 낙찰가율이 33%까지 떨어졌다. 오산시 원동,군포시 당정동,하남 신정동 등은 최근 신규 아파트 입주로 상가 공급도 늘었지만 상권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경매로 나온 상가가 많았다. 수원 영통구의 경우 상권은 크지만 주변에 상가가 과잉 공급돼 공실로 어려움을 겪던 상가가 경매에 나와 싼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 상가 투자 성공사례
방배동 주상복합 1층 상가, 지하철 환승역 가까워
20억 투자…월세만 2250만원
경기 불황에도 상가 투자에 성공해 적지 않은 임대수익을 거두는 경우도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사장은 "투자의 성과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게 상가 시장의 특징"이라며 발품 팔기를 권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H주상복합 1층 상가의 경우 주상복합상가인 데도 대로변에 접해 있어 투자에 성공한 사례다. 지하철 4,7호선 환승역인 이수역 2번 출구가 가까웠던 것.분양가가 비교적 높은 40억원이었지만 보증금과 융자를 제외한 실투자금액은 20억원이었다. 증권회사가 5년 장기임대로 들어오면서 월세가 2250만원에 달해 투자수익률이 연 9.5%다.
근린상권이 발달하지 않은 대단지 내의 아파트 상가는 '블루칩'이다. 김포 고촌동의 H상가는 2억원에 분양됐지만 미용실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으로 입주하면서 수익률이 연 11%에 달했다. 아파트형공장 밀집지역 등 유동인구에 비해 상가가 적은 틈새시장을 노려도 좋다. 구로구 구로동 D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는 중국요리집에 임대돼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200만원을 받는다. 10억4000만원 선이었던 실투자금 대비 수익률은 연 10.27%.아파트형 공장 입주 기업들의 높은 소비 성향을 흡수한 결과다.